여름에 나는 항상 변태 했다

설렘과 상처가 같이 찾아오는 여름이 그렇게 씁쓸하진 않다.

by 프리랜서의 일기장

몸을 적시는 습도, 비로소 초록색과 회색의 향연이 시작되는 7월.

매 해 여름마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다. 만난 적은 물론 없다. 먼저 만나자고 선뜻 말할 용기가 내게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냘 먼발치서 생각할 뿐이다. "쟤는 누굴까.." 이렇게 머릿속에서만 곱씹다가 그냥 그렇게, 찰나의 순간 속으로 사라지겠지.

호기심. 어쩌면 사랑의 시작일 수도 있는, 그 야시꼬리한 감정을 품에 안고 잠이 드는 7월의 어느 일요일 밤.

매주마다 엄마 아빠와 화성행궁 둘레길을 걷는데, 오늘은 비와 바람, 습도가 한데 휘몰아쳤다. 가만히 있어도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것은 물론, 걸을 때마다 꼬이는 날파리들이 나의 불쾌지수를 높였으나, 그런데도 여름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집에 돌아오면서 휘리릭 먹었던 막국수의 감칠맛. 그것이 내가 요즈음 여름에게 갖는 감정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7월에서 8월, 이 시기에 나는 항상 변태 했다. 20대 중반, 나름 성체를 갖출 법한 시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갈구하게 되지만 "글쎄, 그냥 모르겠어"이러고 말아 버린다.

진짜 모르겠다. 그래서 사는 게 재미있지만, 짜증이 날 때도 많다.

작가의 이전글패션, 제대로 알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