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스스로 Dec 11. 2022

불면증

스스로 프로젝트 1탄

4시간을 차를 타고 달려갔다. 남쪽 바다에 떨어지는 해를 보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해는 순식간에 작은 섬 뒤로 사라졌다. 내 아쉬운 마음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버린다. 하늘은 붉게 타고, 내 마음은 둘셋으로 갈라지고 흩어졌다. 해는 변덕스러운 나를 더욱 변덕스럽게 만들었다.

해가 지고 있는 하늘보다 생명이 가득 찬 바다에 시선이 멈춘다. 해는 바다로 흘러들어 곧 사라져 버리고, 그 찬란의 순간을 마주했다.

해가 사라진 하늘은 푸르스름한 밤으로 변해간다. 마음은 더욱 변덕스러워진다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기쁘지 않다. 날 비추던 해가 사라지는 순간,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든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지만, 불안정하게 지나가버린 인연이 하나 둘 떠올려진다.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진다. 헤어진 사람 한 명 한 명은 여러 가지 감정이 된다. 어느 장면에서 그 감정이 떠오르면 멀미를 하게 된다. 슬프다 아프다 표현되지 못하는 울렁거림. 울렁이고 울렁이는 감정은 깊은 바닷속에서 내가 되어 함께 숨을 쉰다.

잠이 오길 바라는 밤, 잠이 멀리 달아났다. 모르는 곳에서도 잘 자는 아이와 남편의 잠자는 숨소리를 들으며,  내가 아기가 되고 남자가 되고 타인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나는 모르는 곳에서 잠을 자지 이루지 못한다. 낯선 물건들이 낯선 곳에서 온 날 바라보고 있다. 낯선 물건들은 나를 불편해하며 수군거린다.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들에게, 난 불편함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목숨을 건 모험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예민한 인간상이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밤새 변덕스러웠던 마음에서 회복이 일어난다. 바닷속 깊이 헤엄치며 불면증을 앓던 나는, 수면으로 얼굴을 내민다. 깊은 숨을 훅 내뱉는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 나를 부른다. 나와 함께 동트는 하늘을 바라본다. 아이는 전깃줄에 앉은 새에게 말을 건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즐거움으로 가득 찰 오늘을 기대한다. 2021년의 일기장 중에- @김스스로 84

작가의 이전글 달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