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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Dec 11. 2022

불면증

스스로 프로젝트 1탄

4시간을 차를 타고 달려갔다. 남쪽 바다에 떨어지는 해를 보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해는 순식간에 작은 섬 뒤로 사라졌다. 내 아쉬운 마음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버린다. 하늘은 붉게 타고, 내 마음은 둘셋으로 갈라지고 흩어졌다. 해는 변덕스러운 나를 더욱 변덕스럽게 만들었다.

해가 지고 있는 하늘보다 생명이 가득 찬 바다에 시선이 멈춘다. 해는 바다로 흘러들어 곧 사라져 버리고, 그 찬란의 순간을 마주했다.

해가 사라진 하늘은 푸르스름한 밤으로 변해간다. 마음은 더욱 변덕스러워진다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기쁘지 않다. 날 비추던 해가 사라지는 순간,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든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지만, 불안정하게 지나가버린 인연이 하나 둘 떠올려진다.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진다. 헤어진 사람 한 명 한 명은 여러 가지 감정이 된다. 어느 장면에서 그 감정이 떠오르면 멀미를 하게 된다. 슬프다 아프다 표현되지 못하는 울렁거림. 울렁이고 울렁이는 감정은 깊은 바닷속에서 내가 되어 함께 숨을 쉰다.

잠이 오길 바라는 밤, 잠이 멀리 달아났다. 모르는 곳에서도 잘 자는 아이와 남편의 잠자는 숨소리를 들으며,  내가 아기가 되고 남자가 되고 타인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나는 모르는 곳에서 잠을 자지 이루지 못한다. 낯선 물건들이 낯선 곳에서 온 날 바라보고 있다. 낯선 물건들은 나를 불편해하며 수군거린다.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들에게, 난 불편함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목숨을 건 모험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예민한 인간상이다.

아침 해가 떠오른다. 밤새 변덕스러웠던 마음에서 회복이 일어난다. 바닷속 깊이 헤엄치며 불면증을 앓던 나는, 수면으로 얼굴을 내민다. 깊은 숨을 훅 내뱉는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 나를 부른다. 나와 함께 동트는 하늘을 바라본다. 아이는 전깃줄에 앉은 새에게 말을 건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즐거움으로 가득 찰 오늘을 기대한다. 2021년의 일기장 중에- @김스스로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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