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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스로 Oct 15. 2022

글그릇

스스로 프로젝트 1탄

나는 어릴적부터 몽상가였다. 내 안에 흘러넘치는 엉뚱한 생각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된 것이, 바로 글쓰기다. 어린이가 나의 독자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마음은, 어린아이처럼 기쁘고 가벼웠다. 동화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설레었다. 나도 동화작가처럼 환상적이고 멋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 세계 어린 독자를 모두 나의 이야기로 초대하는 꿈을 꿨다. 어린이라면 내 이야기를 좋아할 것이라고 믿었다.


나의 꿈은, 천진난만한 생각이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동화 단편, 겨우 한 작품을 쓰면서 깨닫게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안에 넘쳐나는 재미있는 생각들이 얼마나 과장되고 쓸모없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자존감이 낮아졌다.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했다. 상상 놀이는 나에게 큰 기쁨이었지만, 글쓰기는 절대 놀이가 될 수 없었다. 글쓰기는 철저한 노동이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회사 다닐 때보다 더욱 심해졌고, 흰 백지 같은 모니터 앞에 앉아 이야기를 짓는 행위가 정말 고통스러웠다.


타인에게 내 글을 합평받는 일은, 내 마음을 잘게 조각내는 것만 같았다. 글의 문단, 문장, 단어, 맞춤법 곳곳에 빨간 줄이 그어졌다. 내 얼굴에 빨간 줄이 그어진 것 같았다. 나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후회했다. 나의 인생까지 뒤흔들어 놓는 날카로운 말들이 마음에 박혔다. 글을 쓰지 말라는 작가님의 말은, 내 인생을 뒤흔들기도 했다. 그 날카로운 말들이 차곡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결심했다. 글쓰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단단하게 다졌다. 합평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 세상 멋진 글로 복수해야지 하고 결심했다. 다시 컴퓨터를 켜서, 글을 새로 썼다.


글을 쓰기 전에는, 나 스스로를 깨진 그릇이라고 생각했다.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도 없고, 시작한 일들을  끝을 맺지 못했다. 깨진 그릇처럼 내 삶도 누군가에 의해서 버려질까 봐, 숨어 살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 지망생과 작가를 많이 만났다. 사람들과 어울려 글을 쓰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닫게 되었다.  깨진 그릇이 아닌 질그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단한 그릇이 되기 위해, 불에 구워지는 과정을, 나는 글쓰기로 발현시키는 중이다.  삶에 만난 글쓰기가, 나를 단단하고 가볍게, 윤이 나는 그릇이 되어가게 했다. 무언가를 담아내기 위해 구워짐을 겪어야 하는 그릇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나는 글을 쓴다.  아직도 그릇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인생이 그릇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끝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숨지 않는다.   이상 글을 쓰는 작가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글그릇이 되어, 글을 지어내고 있다. @김스스로 ( 쓰는 게으름 불태우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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