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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Oct 11. 2024

백유진 작곡가님과 콜라보 이야기

Full Orchestration 사운드를 만들다!

Intro

최근에 ‘허슬러’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업을 많이 하는 아티스트, 다작가를 허슬러(Hustler)라고 하더군요. 올해 크고 작은 작업과 협업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본업 외의 시간은 아껴서 작업에 쏟고 있고, 이 과정을 매우 즐기고 있습니다.


올해 새로운 협업으로 작곡가 백유진 님과 작업을 했습니다. 새로 나온 백유진 님의 앨범 <Journey>에서 3곡의 믹싱에 참여하여 작업했어요. 꾸준히 활동하시는 작곡가님 작업에 일조한 것도 즐겁고, 오래 지켜본 아티스트의 발자취에 함께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번엔 백유진 작곡가님과의 콜라보레이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콜라보레이션 제안서를 만들다.

백유진 님은 영국에서 활동 중인 영상음악가, 피아니스트 겸 솔로 아티스트입니다. 영상음악가 임미현 님의 유튜브 채널 <뮈의 음악언어 배우기>에서 첫 앨범 발매 인터뷰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영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매월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혼자서 작곡하고 작업해서 매월 앨범을 낸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일이 아닙니다. 도전과 용기, 끈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올해 초 작업 계획을 세우면서 새로운 아티스트와 협업을 싶었고, 먼저 떠오른 분이 백유진 님이었습니다. 마침 작곡가님이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분들과 협업을 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더 탄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저는 유진님과 친분이나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어요. 무작정 연락해서, 콜라보하시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방식은 내키지 않았습니다. 가 성의 있게 콜라보를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콜라보레이션 제안서(!)를 만들기로 맘먹었어요. 


처음엔 어떤 제안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저도 이런 시도가 처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과, 아티스트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과 애정이 중요하다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진님의 곡을 깊이 들으며 하나하나 분석을 했습니다.


곡들을 깊이 반복해서 듣다 보니, 정서와 특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곡은 이렇게 편곡해도 재밌겠다 싶기도, 이 곡은 다시 믹스한다면 이런 사운드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작품을 통해 느끼는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고, 저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제안서를 꼬박 3주간 만들어서 메일로 보냈습니다.


작곡가님이 제안서를 보시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침 올해 작곡가님은 그동안 발표한 곡들을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만드는 계획을 구상 중이셨어요. 그리하여 덕분에 함께 작업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백유진 작곡가님에게 드렸던 콜라보레이션 제안서



공연 경험을 통해 믹스한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

이번 작업에서 저는 Full Orchestration으로 편곡된 3개의 곡을 믹스했습니다. 작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그동안 소편성 스트링곡은 여럿 작업했었지만, 풀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은 처음이었습니다. 과연 어떻게 사운드를 만들어 갈지, 어떻게 풀어나갈지 감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트랙의 개수도 매우 많아서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생각이 많았습니다.


고민하던 와중 엔지니어 DKO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자주 들어가서 보면서 사운드에 대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얻는 곳입니다. DKO 엔지니어님의 라이브 밴드 믹싱 작업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라이브 밴드는 녹음된 소스의 사운드 믹싱 작업과 더불어, 객석의 사운드도 적절하게 믹스해야 합니다. 자연스러운 무대와 객석의 공간감이 라이브 사운드의 매력인 것이죠. 공간감을 만드는 믹싱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마치 무대에서 듣는 듯한 연출로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틈틈이 오케스트레이션 연주를 들으며 느꼈던 무대에서의 사운드생각났고, 평면적인 스튜디오가 아닌 무대에서 관객의 입장으로 듣는 사운드가 좀 더 오케스트레이션의 입체감 있는 매력적인 사운드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작곡가님은 이 아이디어를 매우 맘에 들어하셨습니다.


또한 많은 트랙 사이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악기별 주 선율 흐름을 강조하는 아이디어도 떠올랐습니다. 공연장 객석에서 연주를 들으면 전체 악기 소리가 다 들리 않습니다. 주 선율을 강조하는 악기에 집중하다가, 주선율이 다른 악기로 옮겨가거나 주제가 달라지면 또 다른 악기에 눈길이 가게 됩니다. 모든 악기가 다 같은 비중이라면 오히려 중심이 없는 느낌이 들게 되지요. 계속 흘러가는 선율에 따라 주선율을 맡은 악기를 좀 더 강조하고 그 외의 악기들은 조금 뒤로 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공연장의 객석에서 듣는 듯한 공간감과, 주선율을 중심으로 흐르는 사운드로 <Love waltz>, <Iroo lullaby> 2곡 믹스를 만들었고, 사운드를 작곡가님도 매우 맘에 들어하셨습니다. 경험 있는 실력자의 귀중한 간접 경험과, 그동안 경험해 온 공연장에서의 사운드 감각 만나는 지점이었어요.

주 선율이 악기를 따라 움직이는 흐름이 보이시나요? :)



The Ocean, 모던 오케스트레이션의 색다른 매력

앞서 믹스한 2곡이 정통 관현악 곡이라면, 세 번째 곡은 좀 더 영상음악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실제 바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위해 쓴 곡이라고 합니다. 거대한 바다의 이미지가 절로 생각이 나는, 큰 스케일의 오케스트레이션과 극적인 대비, 보컬과 저음역의 리듬도 멋진 곡입니다.


앞서 정한 사운드의 방향성을 따라 이곡도 믹스를 하다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상음악의 사운드는 공간감보다는, 주제 구현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느낌이었죠.


그즈음 캐리비안의 해적 OST가 생각나서 찾아들었습니다.  이 OST의 사운드는 관현악보다는 록, 메탈에 가까운 느낌의 사운드로 들렸습니다. 선율과 화성 못지않게 기저에 깔린 다른 요소가 중요하게 들리믹스였어요. 분석하면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사운드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리듬이었어요. 이 곡은 다양하게 깔린 저음역의 타악기 섹션이 매력적인데, 리듬이 더 부각되면 좋겠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치 넓은 대양의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듯 한 사운드로 믹스했습니다. 흐르는 스트링의 선율과 바다 뱃고동 같은 브라스, 몰려오는 거친 바다처럼 들리는 퍼커션의 사운드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드네요.



Outro

처음 제가 제안해서 시작한 작업이어서, 부담많았습니다. 작곡가님의 앨범 계획 일정에 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환경과 제약을 넘는 방법도 많이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작업과정은 너무 즐거웠고, 하나하나 다듬어가며 사운드를 만드는 기쁨을 여실히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티스트의 이름을 내건 정규 앨범이 나온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응원하고 축하드리는 마음과 함께, 저도 좀 더 분발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백유진 작곡가님의 새 앨범 축하드립니다.!



P.S.1 백유진 작곡가님의 새 앨범 링크입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QChgXBDbh50_-UPYCSqmHv3YFnwcduIQ&si=Ab5xq-J2_TMVpjAc


P.S.2 DKO 엔지니어님의 블로그 링크입니다.

다시 한번 귀중한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https://m.blog.naver.com/satusfre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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