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TAE Sep 14. 2024

<One day> 앨범 작업 이야기

하나의 곡, 두 가지 버전의 앨범 사운드 메이킹

Intro

지난 5-7월은 정말 바쁜 시기였습니다. 근무 환경과 업무가 달라지는 시점이었고, 그동안 약속하고 계획해 온 작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습니다. 저의 곡 작업도 포함해서요. 부담감도 컸고 환경과 여건의 제약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해내고 싶은 마음에 많이 고민하면서 방법을 찾았고 허들을 극복해 가면서 하나둘씩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바쁜 시기가 지날 무렵 새로운 작업 기회가 생겼습니다. 꾸준히 같이 작업해 온 작곡가 김솔미 님이 틱톡에서 40일 앨범 완성 프로젝트를 시작하셨고, 그 과정에서 새로 쓴 사운드 작업 의뢰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여름이 지나기 전 또 다른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솔미 님의 새 앨범 ‘One day’ 작업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About the album

앨범에는 <One Day>라는 곡이 그랜드 피아노와 스트링의 두 가지 버전으로 수록되었습니다. 이 곡은 어느 노신사가 사별한 아내를 꿈속에서 다시 만나 왈츠를 추다가 깨어나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합니다. 다소 슬픈 이야기이지만, 슬픔에 매몰되기보단 추억의 아름다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표현된,  아름다운 선율의 곡이에요.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빨리 만들어 공유하고,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서 사운드에 담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제 나름의 방식대로 먼저 작업해서 완성도를 만들어 놓고 의견을 듣기보다는, 작곡가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수용하면서 완성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어요. 마치 작곡가의 귀에 빙의한 것처럼, 작곡가가 어떤 관점으로 듣는지 계속 고민해서 사운드가 나온 느낌입니다.






하나의 곡, 두 가지 버전 - 그랜드 피아노 & 스트링 편곡

처음 그랜드 버전을 만들면서는 많이 헤맸습니다. 레코딩한 여러 톤의 트랙들 사이에서 적정한 톤을 만들어내는 게 많이 어려웠습니다. 초반 피아노 작업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쏟은 것이 피아노의 톤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레코딩한 트랙 여러 가지를 조합해 보면서 가장 맘에 드는 버전을 찾고 나니 그 이후의 작업은 비교적 수월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원하는 사운드를 위해 헤매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헤맨 만큼 내 영토라는 이야기도 있죠. 당장은 헤매는 시간이 매몰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쏟아부은 노력언젠가는 실력과 더 날이 벼린 감각으로 다듬어질 것을 믿습니다.


그랜드 피아노를 완성한 이후 이 피아노를 바탕으로 스트링 버전을 시작했습니다. 레코딩한 바이올린 주선율과 화성, 미디로 작업한 첼로의 톤을 맞추고 비슷한 질감을 갖게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습니다. 다행히 작년 <Sugarcoat> 앨범 작업에서 비슷한 고민을 해본 덕분에, 컴프레서와 EQ로 질감을 맞추고 밸런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스트링은 전체적으로 선명하지만 차가운 느낌이었습니다. 작곡가의 의도와는 조금 맞지 않는 색깔 같았어요. 좀 더 따뜻한 톤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플러그인이 Soundtoys의 Radiator입니다. 난방용 라디에이터 같은, 따뜻하고 약간 더운 톤을 만들 때 너무 잘 어울리는 툴이었어요. 덕분에 스트링의 적정온도를 맞춰냅니다. (라디에이터가 뭔지는 아시....죠??^^)






사운드 작업의 의미 - 재미와 성장의 선순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슬럼프가 없다고 합니다. 본업인 장편소설 작업은 장기간 몰입할 준비를 하고 나서 시작하고, 장편 집필 중에는 외부 기고나 글 의뢰 등 다른 작업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장편을 완성하고 나면 그 사이에는 흥미를 좇아 에세이를 쓰거나 짧은 단편을 쓰기도 합니다. 필요한 본업과 재미난 부업을 오가며 작업하는 셈이지요.


겐 음악적 본업이 송 라이팅이고, 믹싱과 마스터링은 부업 같습니다. 본질적으로 좋은 곡을 쓰고 멋진 사운드로 잘 만든 음원 발매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본업은 제대로 각오해야 할 수 있어요. 스트레스도, 에너지 소모도 많습니다. 반면 믹싱, 마스터링은 본업보단 부담이 적습니다. 기술적 작업이어서 이성적인 접근이 가능하고, 스트레스도 덜하죠. 곡 작업과 믹마를 번갈아가며 재미나게 작업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곡 작업과 믹싱, 마스터링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시너지도 있는 것 같아요. 믹마 작업 자체가 음악적으로 좋은 훈련이 됩니다. 새로운 곡의 사운드를 만들다 보면 거기서 배우는 것이 생기고, 그걸 저의 곡에도 활용합니다. 최근 발매한 앨범에서도 이전에 믹싱 하면서 고민하고 깨달았던 것을 응용하며 작업했지요.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흐름이랄까요.


완성된 곡이 세상에 나오는 걸 보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작업한 앨범을 포트폴리오로 기록하고 싶어서 최근 새로운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어요. 세어보니 12개의 앨범, 26곡의 사운드를 만들었더군요. 삶이 바쁘게 지나가지만 꾸준히 아웃풋이 쌓인다는 것은 보람 있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같이 음악 하시는 분들을 도우며 성장해가고 싶습니다.



Outro

작곡가, 아티스트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엔지니어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김솔미 작곡가님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탄생한 앨범이 많이 많이 사랑받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https://youtu.be/1gfNdzuSxX8?si=epA2LW79RsbaZ2-E

One day - String ver.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 딸이 곡을 의뢰했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