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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Dec 16. 2020

행복하기 위해 쓰는 이야기와 격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고

스티븐 킹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다. 공포/스릴러의 대가로, 작품 중 ‘미저리’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영화 ‘그것(IT)’의 원작이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흥미가 생겼었지만 너무 두꺼워서 읽을 엄두를 아직 못 냈다. 그러니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읽은 스티븐 킹의 작품이다.


글쓰기에 대한 책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글짓기 지도서는 아니다. 전반부에는 글을 쓰게 된 작가의 삶을 ‘이력서’라며 이야기하고, 후반부에는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풀어낸다. 일단 술술 읽히는 것이 재밌다.


통상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치며 읽는다. 보통은 페이지별로 한 두 문장, 많아야 세 문장씩 줄을 치는데 이 책에서는 단락을 통째로 하이라이트 한 부분이 많았다. 몇몇 문장으로 요약되기보다는 문단 전체의 의미가 와 닿았다고나 할까. 풍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몇 개의 문장으로 압축되지 않는 덕분에 책의 서평을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생각을 한동안 묵혀두었다가 서평을 쓰기 위해 곱씹어보니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 자체의 힘, 그리고 글쓰기를 통한 행복이다.


이야기 자체의 힘

‘문학적 우수성에 이끌려 소설책을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비행기에 가지고 탈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 것은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이다. 화려한 문체, 깊은 문학적인 의미와 우수성이 아니라, 스토리를 읽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글을 쓰면서 스토리가 재밌는지, 읽고 싶어 지는 이야기인지를 고민하며 써본 적은 없다. 내 글은 거의 일기여서 독자는 항상 나였으니까. 그러나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고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누군가 읽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 스토리 자체의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소설은 스토리의 힘이 더욱 중요하다. 좋아하는 소설을 생각해보면,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가 슬플 수도 있고, 기쁘거나 통쾌하거나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읽고 싶어 진다. 보고서도 마찬가지이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도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 내가 쓰는 이야기가 과연 이야기로서 기능하는가, 고민하게 된다.


글쓰기를 통한 행복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역시 내 행복을 위해서 글을 쓴다. 글을 읽는 것이 즐겁고, 글을 통해 생각을 키우고 성장하는 것이 좋다. 나아가 내 글이 언젠가 행복을 나누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글이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는 것을 믿는다. 좋은 이야기, 행복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서 행복해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글 고쳐쓰기와의 차이 (Feat.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과 같이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보여주는 에세이의 느낌처럼, 젠체하지 않고 소탈하게 이야기하는 면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글 고쳐쓰기에 대한 내용도 재미난 부분이다. 스티븐 킹은 딱 한 번 고쳐 쓰는 반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러 번 고쳐 쓴다고 한다. 하지만 동일한 것은, 글은 반드시 고쳐 쓴다는 것이다. 초고는 엉망이지만 일단 어떻게든 완성한다. 묵혀두고 뜸을 들인 후에 식은 머리로 다시 보면서 앞뒤 맥락을 맞추고 허점을 보완하고 문장을 고친다. 과도한 묘사는 줄이고 분량도 줄여서 압축한다. 그렇게 탄탄하게 글을 다시 조이고 기름칠 쳐 완성해간다.


초고는 엉망이라는 것에 감한다. 처음 쓰는 글의 완성도를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끝까지 쓰고서 잠시 묵혀두었다가 다시 고쳐 쓰는 것이 낫다. 그렇게 계속 고쳐가며, 내 안에서 많은 글을 끄집어내고 싶다.


글을 쓰는 이들에 대한 격려

마지막으로 작가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허가증이랄까.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여러분도 해야 한다는, 그리고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여러분도 해내게 될 것이라는 나의 장담이다.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 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 부디 실컷 마시고 허전한 속을 채우시기를.’


그동안 내가 쓰는 글은 일기와 나 자신을 위한 서평이 전부였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쓰는데 스티븐 킹의 허가는 굳이 필요 없지만 그럼에도 그의 장담은 용기를 준다.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마음껏 써서 허전한 속을 채우고 싶다. 내 안에만 가두었던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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