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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Dec 09. 2020

브런치를 하기까지 길을 찾아 헤매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와 내 콘텐츠를 찾기 위한 방황의 이야기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내 콘텐츠에 대한 열망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한다. 지금의 업무가 커리어에 도움이 될지,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뭘 더 공부하고 장착할지, 지금에서 전망할 수 있는 향후 커리어는 어떨지, 혹은 이직이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야 할지 등등.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건설업에서의 커리어는 현장명이나 직종이 곧 커리어다. 어느 현장에서 공사를 했다, 어느 프로젝트에서 공무 주무였다 등. 회사 내에서는 그렇게 말하면 대부분 통한다. 하지만 이것이 회사 밖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커리어인지는 늘 의문이었다. 현장 공무에, 안전관리에, 사업관리와 전사 T/F까지.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그럼에도 늘 커리어에 대한 질문과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다 보니 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해왔다. 건설에서, 또 다른 분야에서 나만의 차별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과, 그러려면 뭔가 내가 내놓을 수 있는 나의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고민이 항상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정체성에 대한 전쟁을 치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대해 갖는 생각은 한 마디로,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였다. … 결과물은 오직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고, 그가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성과급과 업데이트된 이력서 한 줄 뿐이라는 것이었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의 저자는 자신의 작업실을 GX라고 명명했다. GX는 Gallia Expedition,  카이사르의 저서 ‘갈리아 전쟁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원정 가면서 자신의 커리어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전쟁을 하고 (로마 기준의) 오지를 정복을 해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글로 써서 로마에 보냈고, 계속 연재된 그의 이야기는 전쟁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점에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를 지키는 콘텐츠가 되었다. 이미 오래전 자신의 콘텐츠로 길을 개척했던 인물의 이야기를 보면서 뭔가 만들어 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길을 잃었던 올 한 해


"자기 콘텐츠를 하려면 길을 잃어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찾아야 한다. … 콘텐츠를 만들 땐 길을 잃어야 한다. 콘텐츠는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누군가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답도 내비게이션도 없다. 우리가 생각하고 그려낸 지도대로 걸으면 된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길을 잃는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올해 나는 말 그대로 여러 길을 헤매며 돌아 돌아 지금의 이 브런치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메인스테이지3였다. 신서사이저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푹 빠져서 뭔가 만들어보고 싶었다. 베이스 기타와 연계해서 쉽게 쓸 수 있는 템플릿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 계정도 만들고 시도해봤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고 스스로도 즐겁지 않더라. 메인스테이지3와 로직프로X를 공부하면서 음악에 대한 갈증이 되살아났다. 홈레코딩으로 습작처럼 만들던 음악을 출시해 볼 결심을 했고 그 과정을 글로 써보고 싶어 졌다. 다만 음악만으로는 경험의 한계가 있으니 내 전공분야인 건설과 연결해서 글을 써보자 맘먹었고, 준비해서 이 브런치를 열었다. 간략하게 썼지만 지난 10개월간 고민하고 시도해본 시행착오이다.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 : 발탁 모델 vs 제안 모델


"커리어 모델에는 ‘발탁 모델’과 ‘제안 모델’이 있다. 발탁 모델과 제안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체가 누구인가이다. 발탁 모델은 기업에 의해 발탁되는 것이지만, 제안 모델은 자신의 제안에 의해 만들어진다. 원래 게임의 룰은 빈 의자에 누구를 앉힐지를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지만, 마미손은 이 룰 밖에서 자신이 앉을 의자를 직접 가지고 나타났다. 그는 룰 밖에서 제안했고, 대중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스스로 데뷔한 것이다."


저자는 발탁 모델과 제안 모델의 의미를 마미손의 이야기로 설명한다. <쇼미 더 머니 777>에서 경쟁에는 떨어졌지만 유튜브에 소년 점프라는 곡을 올려 스스로 화제를 만들고 자신의 콘텐츠를 선보인 마미손은 현재 당시의 우승자보다 더 유명한 뮤지션이 되었다. 발탁 모델의 경쟁에서 제안 모델로 게임의 룰을 바꾼 것이다.


발탁과 제안을 다른 표현으로 하면 경합재와 비경합재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인상 깊게 읽었던 <딥 워크>라는 책을 쓴 칼 뉴포트는 MIT의 교수이다. 전통적인 커리어는 경쟁에 의한 자리싸움이다. 그러나 그는 경쟁 외에 별도로 자신의 저서라는 콘텐츠 자본을 쌓았다. 그것도 자신의 전공인 분산 알고리즘과 관련이 없는 콘텐츠로. 베스트셀러가 된 책 덕분에 교수라는 직업 외에도 여러 기업에 컨설팅을 하고 강연을 하는 커리어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배우는 과정


"자기 콘텐츠를 만들려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접근법을 발견한다.’ 내가 A를 배우고, B를 배우면, 나중에 C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이 발상은 다음과 같이 뒤집을 수 있다. ‘C를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B를 배워야겠다. B를 알려면 A도 배워야겠다.'"


홈레코딩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은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일단 로직프로X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공부해야 했다.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음악을 만드는 전 과정이 기능으로 다 녹아들어 있어서 각종 기능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공부했다. 매뉴얼을 사서 모르는 것과 중요한 것은 Flag Tape을 붙여가며 계속 찾아봤다. 유튜브를 통해 필요한 각종 플러그인의 사용법도 알아야 했다.


이제야 조금씩 개념이 잡혀가는 믹싱과 마스터링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다. 믹싱은 아예 인터넷 강의를 신청해서 들었다. 믹싱 강좌를 구입하면서 마침 해당 사이트에서 서포터즈를 모집하길래 응모했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되어서, 비싼 마스터링 강좌도 듣게 되었다. (여기서 배운 내용은 별도로 쓰고 있으니 다음 글을 기대하세요.)


배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얼마나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좀 더 이해하게 되고 경험과 사고의 폭을 넓혀가는 것 같다.


미완의 결론

음악을 만드는 것이 내 커리어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은 그저 길을 잃어가며 내 것을 만들려고 노력할 뿐이다. 다만, 음악적인 시각으로 건설을 바라보고, 건설에서 훈련된 방식으로 음악에 도전하는 것은 새로운 시야와 경험을 갖게 한다. 창의의 원천은 다른 생각의 접목이라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시작했던 동영상 편집기술이 지금 현장에서 중요한 보고시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보면, 음악을 통해 건설을 바라보려는 시도도 커리어를 연장하는 것과 전혀 별개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크호스>가 호기심과 미시적 동기를 따라가도롤 등 떠밀었다면, 이 책은 내게 무언가를 만드는 시도를 기꺼이 하게 만들어 주었다. 조금 더 그렇게 걸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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