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을 2014년 1월에 구입했으니 꼬박 7년을 채운 셈이다. 구입 당시 맥북 프로의 라인업에 세 가지 모델이 있었다. 가장 성능이 좋은 것, 중간 모델, 그리고 좀 사양이 낮은 모델. 그중 중간 모델을 선택해서 구입했다. 오래됐어도 여전히 쓸만했고, 파이널 컷 프로나 로직 프로 X 같은 무거운 프로그램도 그럭저럭 돌아갔다. 문제는 배터리였다. 처음 구입 시에는 10시간도 너끈했던 맥북이 이제는 전원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2시간을 버티질 못했다. 몇 달 전부터 배터리를 교체할까 고민했는데, 계속 각종 영상 보고와 음악 레코딩 작업으로 틈을 내질 못했다.
업무보고용 영상 제작도 끝나고 음원 발매를 위한 마스터링과 저작권 등록도 마무리되어가던 어느 날, 배터리 자가 교체 부품을 주문했다. 정품 수리점이나 사설 수리업체에 맡기는 대신, 나 같은 이를 위해 상세하게 자가 교체 방법을 기록으로 남긴 친절한 블로그를 의지해서 직접 교체해보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 전용 드라이버로 볼트를 풀어내고, 블로그에서 시키는 대로 부품의 연결을 빼고, 부풀어 오른 배터리를 떼어냈다. 역순으로 배터리를 붙이고, 연결한 후 전원을 켜보니 다행히 잘 들어왔다. 조립하고 마무리해서, 새로운 배터리를 갖게 되었다.
배터리를 앞으로 3년 정도 더 쓸 수 있다고 가정하면 기대수명이 10년이다. ‘14년 당시 196만 원에 구입했고, 그 이후 추가비용은 이번 배터리 비용 7만 원이니,203만 원으로 1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맥북을 구입한 셈이다. 1년에 20만 원 정도 들어간 정도. 통상 노트북 수명을 5년이라고 보면, 초기 비용은 들었지만 두 배 정도 기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배터리 교체 방법 -1. 맥북을 뒤집는다.
배터리 교체 방법 -2. 볼트를 풀어 덮개를 연다.
배터리 교체 방법 -3. 부풀어 오른 배터리를 떼어낸다.
배터리 교체 방법 -4. 표면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배터리 교체 방법 -5. 새 배터리를 잘 끼워 맞추고 연결한다.
LCC (Life Cycle Cost)와 초기 의사결정의 중요성
기술사 공부에 단골로 나오는 문제가 LCC이다. Life Cycle Cost, 생애주기비용이라고 번역되는 이 용어는 건설 과정에서 단지 시공비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면서 들어가는 유지보수비, 에너지 사용량 등을 고려한 총비용을 말한다.
보통 건설을 하면 설계와 시공비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공단계에서 어떻게든 금액을 줄이려는 것이 일반적인 발주처의 니즈(Needs)이다. 하지만 건물은 지어지고 나면 내부 구조를 바꾸거나 각종 설비들을 교체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 사용단계에서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총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종 전기 설비 장치를 좀 더 비용을 들여서라도 고효율, 저전력 장비를 사용한다면 30년 이상의 건축물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비용절감을 통해 초기 투자비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초기 비용을 투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래 그래프처럼 초기 투자 비용과 장기 유지보수비를 고려하여 총비용이 최저가 되도록 선택하는 것이다.
LCC를 이해하는 그래프 - 기구미 블로그 中
그러려면 시공 전 설계 단계에서의 사용자(발주처)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설계 단계에서는 아직 물리적으로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따라 각종 장비의 사양이나 건축물의 구조를 쉽게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설계단계에서는 의사결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혹은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결정하고 나중에 바꾸지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결국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설계비에 지출하는 것을 매우 아까워하는 것 같다. 설계 단계에서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각종 계획과 사양이 잘 정리되고 도면 간 모순이 없다면 시공단계에서 추가 비용을 들일 일이 줄어든다. 설계는 거의 인건비이기 때문에 투입된 맨파워에 적절한 이윤을 붙인다면 향후 시공비에서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예산 내 커버가 될 것인데, 그걸 아까워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단계에서 제대로 검토하고 계획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용 절감의 기본인 것을.
LCC 관점에서 현명한 의사결정 방법
다시 맥북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맥북을 구입할 당시 노트북에 200만 원 가까이 지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5년 이상은 사용할 성능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맥북 프로 라인의 중급 사양을 선택했다. 이번에 배터리 교체로 추가 지출이 있었지만 총비용 관점에서는 초기에 투자한 비용 덕분에 10년 정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LCC 관점에서도 적절한 의사결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도비로 있는 우리 집의 현명한 아내님은, 좀 비싸더라도 정말 맘에 드는 것을 사서 오래 사용하는 것이 남는 거라고 말씀하신다. 역시 아내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지혜로운 의사결정의 방법이다.
P.S 기술사 공부 중 자주 참고한 블로그입니다. LCC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