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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Mar 22. 2021

베이스 기타와 건축물은 살아 움직인다.

베이스 기타의 트러스 로드와 건축물의 신축 줄눈

베이스 기타를 세팅했다.


베이스 기타나 일렉기타 같이 나무로 만든 악기는 재질 특성상 온도 습도의 영향을 받아 휘어지기도 하고 사용하다 보면 상태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리페어 샾에서 세팅을 손본다고 한다. 그렇게 관리해주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베이스를 작년에 구입해서 그동안 굳이 세팅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새 악기이니 잘 되어 있겠지 생각했던 것도 있다.


방이 건조한 지 베이스의 넥이 휘어진 게 느껴졌다. 육안으로 봐도 넥의 휨에 따라 스트링이 떠 있는 게 보였고, 넥의 시작점에서는 스트링이 비교적 손에 잘 붙지만 바디에 가까워질수록 누르기가 더 힘들었다. 누르기 힘이 드니 소리도 잘 나지 않고 연습도 어려워서 점점 더 베이스가 재미없어졌다. 한동안 베이스를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다.


세팅 전 베이스 지판과 스트링 사이 (헤드 주변)
세팅 전 베이스 지판과 스트링 사이 (픽업 주변)

더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베이스 리페어 샵을 찾았다. 퇴근하고 망원동에 있는 ‘짐크리버’라는 샵에 찾아갔다. 증상을 설명하고 세팅을 손봤다. 단지 넥의 휨만 바로잡은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플랫의 높낮이가 다른 것도 갈아내고 브릿지가 헐거운 것도 고정시켰다. 그렇게 손을 보고 나니 전체적인 스트링의 높이가 일정해져서 연주하기 훨씬 편해졌다.


간만에 다시 베이스와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일정한 높이의 스트링이 연습에 안정감을 주었다. 그동안 쉽지 않았던 주법도 훨씬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손가락의 피로감 없이 음악과 스킬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 가져본 베이스여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감이 없었는데, 이제는 어떤 상태가 좋은 컨디션인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역시 악기는 습도와 온도 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 너무 건조하게 두지 않고 휨이 생기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정기적으로 손을 봐가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잘 몰랐는데 악기도 그렇게 숨을 쉬며 움직이고 있었다.


세팅 후 (헤드 주변) : 미세하지만 지판에 더 가까워졌다.
세팅 후 (픽업 주변) : 미세하지만 지판에 훨씬 가까워졌다.

건축물도 숨을 쉬며 움직인다.


건설에서 시공상 중요한 디테일 중 하나가 Expansion Joint이다. 신축 줄눈이라고도 한다. 온도 변화, 건조 수축 등에 의한 건축물의 변위를 흡수하기 위해 균열이 예상되는 위치에 설치하는 줄눈이다. 여러 용도로 쓰이지만 대표적으로는 건물의 길이가 길 경우에 중간 정도 위치에 설치해서 건축물의 길이방향의 신축 팽창 변위를 흡수한다. 토목의 경우 교량에도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자동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다보면 한 번씩 이음때문에 덜컹거리는데, 그 위치가 신축 줄눈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내가 했던 프로젝트 중 군 막사 시설이 있다. 길이 80m의 군 장병 숙소였는데, 가운데 계단실이 있는 코어 바로 옆에 Expansion Joint가 있었다. 건축물을 구조적으로 완전히 분리하도록 하는 시공 상세였다. 콘크리트로 신축 줄눈을 만들어 타설 하고, 그 사이에는 단열재를 넣어 빈 공간이 생기지 않게 했다. 천장과 바닥, 벽체의 마감도 변위를 흡수할 수 있는 디테일로 설치했다. 옥상 지붕에도 마찬가지로 변위를 흡수하며 방수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디테일에 따라 시공했다.


건물도 외부의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아 계속 움직인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느끼지 못할 뿐 일하는 사무실이나 살고 있는 집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사실 물리 법칙에 종속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건설은 그러한 변위를 고려하여 적절한 디테일을 통해 이를 흡수하여 안정성과 사용성에 문제없도록 하는 장치를 숨겨두는 것일 뿐.



악기와 건축물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베이스 기타에는 트러스 로드라고 하는, 넥의 변형에 따라 휨을 조절할  있는 장치가 있다. 육각렌치로 돌리면 넥을 /뒤로 휘게 만들  있다. 수리점에서도 이걸 이용해서 넥의 휨을 조절하더라. 악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알아서 스스로 돌려가며 휨을 바로잡기도 한다.  친구는 20년째 스스로 트러스 로드를 돌린다고 하더라. (Respect!)

넥 하부에 보이는 구멍이 트러스로드입니다.

연주자에게는 악기를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할 책임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악기나 건축물의 변형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저 꾸준히 잘 관리하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관심을 갖고 보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상태가 리페어 샾에 자주 들러보려고 한다. 지판에 손이 착 감기는 이 느낌이 사라진 것 같다면 언제든 들고 가서 손볼 생각이다.


건축물도 그렇다.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수명을 연장시키고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나중에 건물주가 된다면 정말 잘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려면 우선 건물주가 되어야…(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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