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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Mar 11. 2021

조금 더 깊이 독서하고 싶으신가요?

<이동진 독서법>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독서 이야기

독서에 관한 책에 대한 흥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과 독서에 대한 책도 좋아한다. 책에 대한 질문과 궁금증도 가득하다. 어떻게 하면 더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느낄까. 독서에 대해 어떤 태도와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책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요즘 독서의 주된 관심사는 어떤 것일까. 서재에는 어떤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서재에 책은 어떻게 정리되어 있고 어떻게 분류해두었을까. 과연 그중 몇 권이나 읽었을까 등등. 그래서 독서노트, 서평과 독서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저자와 나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내 독서가 좀 더 깊어지고 나아지길 원한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책은 흥미로운 책이었다. 서재에는 1만 7천여 권의 책이 있다는 저자는 영화평론가이자 팟캐스트 ‘빨간 책방’으로 유명하다. 팟캐스트를 하면서 얻은 노하우일까. 이 책은 구술체를 사용하여 친구나 가까운 이에게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문체로 저자의 생각을 나눈다. 덕분에 이 사람의 책과 독서에 대한 생각을 여러모로 공감하며 읽었다. 이번 서평은 책 내용 중 공감했던 대목을 몇 군데 소개하고 약간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인용이 과하면 서평이 스스로 서지 못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때론 공감했던 원문 그대로의 문장을 굳이 나의 언어로 재구성하지 않고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 생각은 말과 글의 형태로 옮겨져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철학에서도 그렇고 뇌 생리학에서도 그렇게 설명합니다. 책을 읽은 후 우리는 그냥 뭉뚱그려진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를 갖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을 글이나 말의 형태로 옮기지 않는 한 생각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또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말하고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가졌던 문제의식과도 같은 맥락이다. 생각은 글로 표현되지 않으면 흘러 사라져 버린다. 책을 읽거나 삶의 경험을 통해 스쳐가는 생각은 그것을 활자를 통해 표현하지 않으면 단단한 실체의 사고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말과 글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꾸 써보고 표현해야 사고가 더욱 확장되는 것이다.



2.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는 문학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SNS와 웹을 통해 생각과 표현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책을 읽어야 함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는 것은 문학을 따라올 것이 없기에, 언어의 감각을 다듬고 깊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문학을 읽을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언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가치판단과 사리분별은 예민하게 언어를 다루지 않고는 어렵다. 계속 문학을 읽고 언어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3. 독서할 때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책을 마주하기 위해 오래 걸리는 시간

세상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빠르게 완료하지 못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대부분 오래 걸리는 시간 자체가 그 핵심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책과의 만남, 그 글을 쓴 저자와의 소통, 또 책을 읽는 나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 시간을 아까워하며 줄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 독서 행위의 목적은 결국 그 책을 읽는 바로 그 시간을 위한 것 아닐까요. 그 책을 다 읽고 난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독서를 할 때 우리가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책을 읽고 있는 그 긴 시간인 것입니다.


저자는 책 욕심이 많아서 읽을 책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나 역시 읽고 싶은 책에 비해 부족한 시간이 아쉬웠다. 어떻게든 더 많은 책을 읽기 위해, 읽고 있던 책을 빨리 끝내고 다음 책을 시작하고 싶은 때가 많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독서란 저자 한 사람의 지적 정수가 담긴 것을 마주하는 것이어서 시간이 오래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본질이라면 독서라는, 책을 선택하고 읽는 행위는 ‘책을 마주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독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내가 선택하는 것은 책 자체가 아니라 책을 마주하기 위한 오랜 시간이라는 것을.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조급한 마음보다는 책의 본질에 가까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4. 독서는 고독한 행위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독서 체험 자체가 기본적으로 고독한 행위입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못하는 것이 바로 그 고독한 행위인데 일삼아서라도 혼자 정신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일 아닐까요.


자신만의 세계가 없거나, 혹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면 꼭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책은 혼자서 할 수 밖에 없는 고독한 행위이다. 하지만 그렇게 혼자서 책을 읽는 시간을 통해 고독을 견디고 홀로 설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꼭 필요하다.



5. 독서의 이중적 성격 : 길을 찾기도, 마음껏 헤매기도 하는 것

‘책 속에 길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길을 찾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이 약간 다릅니다. 독서의 어떤 부분은 길을 잃기 위함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독서는 길을 잃는 경험도 만들어줍니다. 진정한 독서는 정해진 길 밖으로 나가게도 만들고 그래서 길 위에만 있으면 안 보이는 것들도 보게 해 줍니다. 길을 일부러 헤매게도 만듭니다. 우리가 살면서 크게 흔들리면 위험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흔들리는 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할 겁니다. (...) 그래서 좋은 독서는 신비스럽게도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길을 찾게도 만들고 마음껏 헤매게도 만듭니다.


책을 읽으며 길을 헤매는 경험을 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문학을 읽으면서 내가 살아보지 못한, 혹은 굳이 살아보고 싶지는 않지만 궁금한 다른 모습의 인생을 경험하면서, 그런 삶에서만 알 수 있는 생각과 심리 상태를 경험한다. 이것이 책을 읽으면서 흔들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내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다양한 인생살이 가운데 내 삶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현재의 내 삶을 더 사랑하게 된다.



마치며


독서는 매력 있고 지적이다. 생각을 구체화하고, 언어를 예민하게 벼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해도 인생에 그만한 가치를 부여하고,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의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 그렇게 독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의 생각을, 무겁지 않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덕분에 내 독서도 조금은 더 깊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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