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피아노 소리가 들려주는 쓸쓸함의 정취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건 약간 가스펠의 색깔이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교회나 클래식 음악을 제외하고는 오르간이 메인으로 나오는 음악은 흔치 않다. 코러스의 코드 진행에도 가스펠의 정취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재즈를 베이스로 하는 선우정아 님의 음악적 스펙트럼이면 이상할 것도 없지만.
윤종신 님은 인터뷰에서 원곡은 시간을 멈춘 듯하다면, 4월호의 편곡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원곡은 서정적이고 정적인 느낌의 스틸 사진이라면, 이번 편곡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가는 시간의 터널 같은 느낌이다. 1절이 끝나고 잠시 간주가 나오기 직전 앰프의 노이즈 같은 소리가 들리면서 연주가 한껏 고조되는 것이 그 터널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같다. 차분한 원곡과 달리 감정이 끓어 넘치는 것이 흐르는 오르간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마음 한구석을 자꾸 저릿하게 한다.
이런 아름다운 음악의 공개와 나란히 글을 기고했다는 것에 나 스스로 무한한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월간 윤종신 4월호 <모처럼>이 계속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P.S 1 선우정아님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 곡을 '라디오 같은 향수라'고 표현한다. 라디오 같이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티스트의 의도에도 그런 느낌이 있었던 듯 하다. 이 곡과 이소라 님의 ‘신청곡(Feat. SUGA of BTS)’를 같이 들어도 좋을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전자는 약간 더 어둡게 내뱉고, 후자는 조금 가볍게 던지는 듯 하다.
P.S 2 비오는 날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