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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May 24. 2021

홈레코딩 음반 만들기 Quick Guide

홈레코딩으로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수만 가지 길이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스타일마다 다르고, 가사가 먼저인가 혹은 멜로디가 먼저인가에 따라서도 접근이 다를 것이다. 고작 한번 음원을 낸 초보 아티스트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하기엔 매우 부족하지만, 홈레코딩으로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용기를 내어 정리해본다. 어디까지나 수만 가지 방법 중 내가 시도해본 방법이라는 것을 강조드린다. 그저 음악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는 분들께 작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로직, 큐베이스 등 DAW의 사용법에 관한 글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린다.)



1. 아이디어 스케치 (코드, 가사, 비트, 느낌 등)

콘셉트가 가사일 수도 있고, 코드나 대략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건반이나 기타로 코드를 가지고 놀다가 좋은 느낌이 있으면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녹음해둔다.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코드나 대략의 빠르기와 느낌 등 그냥 일단 건반 눌러보고 연주해보며 가볍게 녹음한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가볍게 가볍게 툭툭 해보며 음악으로 놀이한다는 느낌으로 아이디어를 쌓아둔다.


떠오르는 멜로디가 있을 수도 있다면 머리에서 휘발되어 사라지기 전에 기록 혹은 녹음을 해둔다. 나중에 들으면 정말 좋을 수도 있고 형편없을 수도 있다. 다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리라 믿고 그냥 녹음해둔다.


산책하다 떠오르는 가사의 이미지가 있으면 메모장에 이것저것 기록해둔다. 간단한 단어, 혹은 생각나는 문장, 속상한 감정과 안타까운 마음 등.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본사에서 근무할 때 정말 매일 보고서를 썼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서를 수정했고, 새로운 보고거리가 매일 생겼다. 보고서가 너무 지겨웠다. 현장에 오니 엑셀 작업을 계속 한다. 무한에 가까운 엑셀의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엔 보고서도 잘 쓰고 싶었고, 엑셀도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노력도 많이 했지만 밀려드는 업무에 그마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업무에 대한 힘겨움, 지겨움, 푸념을 언젠가 가사로 쓰고 싶었다.


<요즘 어때>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일 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 가사였다.

끝없는 엑셀과
끊이지 않는 보고서
헤어날 수 없어
좀 더 잘할 순 없을까
부질없는 고민들


아이디어를 만드는데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해봐야 아는 것 아닐까. 다만 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좀 더 자주 고민하게 되어 그만큼 쌓이는 것도 많아지지 싶다. 명작은 숱한 습작에서 나오는 것이라지요. 머, 어디까지나 저도 초보라서.



2. 스케치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보자.

이것저것 쌓아둔 아이디어를 듣다 보면 조금 더 어떻게 발전시켜 보고 싶은지 생각하게 된다. 8마디 코드 진행이면 이걸 코러스로 쓸지 벌스로 쓸지 생각해보고 추가로 더 필요한 코드 진행을 만들어본다. 적당한 리듬이 있으면 이것저것 붙여보고 느낌을 본다.


악기를 이것도 써보고 저것도 입혀보고 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시험해본다. 드럼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피아노로도 해보고 전자피아노나 오르간으로도 해본다. 신스가 있다면 이소리 저 소리 색깔도 들어보고 입혀본다.


Song Form, 곡의 구조도 고민해본다. 처음 만든 스케치가 코러스에 어울리면 Verse를 만들어서 붙인다. 코러스와 벌스가 있으면 구조를 AB-AB-C-B로 할지, AB-A-C-B로 만들지 등 전체의 구조를 고민해서 배열해본다.


멜로디를 정했다면 실제로 목소리를 가이드 삼아 녹음해본다. 가사 없이 그냥 허밍이나 ‘두룻두두’ 등으로 해도 좋다. 멜로디를 악기 소리로 듣는 것과 실제 목소리로 듣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음향적으로도 사람 목소리의 주파수가 다른 피아노나 멜로디 악기와 다르기 때문에 실제 노래를 했을 때의 느낌을 느껴보려면 목소리를 입혀보는 것이 좋다.


주변에 음악을 자주 나누는 동료나 친구가 있다면 들려주고 같이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혼자 하다 보면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서 헤어 나오기 어려운데, 외부자의 시각으로 들어보면 고민하는 문제의 해답을 쉽게 얻을 수도 있다.



3. 레코딩 버전 Back Ground Music을 만들어보자.

스케치 버전으로 이것저것 실험을 하고 나서 맘에 들면 레코딩 버전을 새로이 만든다. 처음부터 스케치를 완벽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아무래도 작업 자체가 부담스럽다. 어느 정도 실험을 해본 후 별도로 작업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낫지 싶다.


여기부터는 기존의 느낌을 살리되 정교하고 정돈된 느낌으로 만든다. 틀린 코드나 충돌되는 리듬도 정리하고, 강조할 부분과 튀는 부분을 정리하며 작업한다. 베이스도 녹음하고 컴프레서를 걸고 소리의 톤도 만든다.  드럼과 베이스의 리듬이 잘 맞는지도 확인하며 맞춘다.


음향적인 고려도 필요하다. 저음부터 중음, 고음역대까지 균형적으로 분포되어야 듣기 좋다. 음역대에 충돌이 난다면 적절히 EQ도 걸어가며 소리의 배치를 고려한다. 참고로 목소리를 샘플로 넣어보니 좋아하는 EP 소리와 내 목소리의 음역대가 겹치는 것 같더라. 적당히 EQ를 통해 정리해야 했다.


혹은 음악 하는 이가 있다면 같이 만들어봐도 좋다. 각자 다루는 악기나 주특기, 혹은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만들기 어려운 것을 쉽게 보완할 수도 있을 듯싶다.


참고로 사운드 디자인을 하려면 여러 플러그인의 힘을 빌려야 한다. 내장 플러그인을 써도 좋지만 성능이 뛰어나고 개성 있는 플러그인을 쓰면 그만큼 사운드 메이킹이 수월해진다.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전후해서 음악을 만드는데 유용한 플러그인이나 가상악기의 할인판매가 많이 생긴다. 평소 눈여겨봐 두었다가 필요한 건 그 시즌에 구입하면 나름 유용하다.


레코딩 버전을 만드는 것부터는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만드는 작업으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 전에는 그저 재미나게만 만들면 되지만 지금부터는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 좋은 소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다듬고 리듬을 정돈하는 등 꾸준한 디테일 작업이 필요하다. 음악은 디테일에 있다고 하더라.



4. 보컬 녹음을 해보자.

BGM과 보컬은 분리해서 다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보컬 녹음을 하면 음반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다면 평소 충분히 연습한 다음 하루에 녹음을 완료하는 것이 나을 듯싶다. 오늘의 목소리와 내일의 컨디션이 다른데, 재녹음이나 여러 차례 녹음을 하면 조금씩 톤이 달라질 수 있다. 의도적으로 톤을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동일한 컨디션으로 하루에 끝내는 것이 좋지 싶다.


부분 부분 불러가며 여러 Take를 따서, 가장 좋은 것으로 사용한다. 주의할 점은 녹음할 때 음압이 너무 커서 소리가 깨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음압이 낮으면 올릴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진 않다.) 음압이 높아 깨지면 답이 없다.


보컬은 녹음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지만 보컬 프로세싱은 정말 오랜 시간 끈기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각종 배경 잡음을 없애고, Take 별 음압의 밸런스를 맞춘다. 입술소리, 침 소리, 파열음 소리도 정리한다. 적절한 공간감을 부여하기 위한 리버브와 개성을 만드는 딜레이도 잘 써야 한다. 너무 뭉뚱 거린 소리가 나와도 이상하고, 너무 날카로운 소리도 좋지 않다. BGM과의 밸런스를 고려해서 보컬의 소리가 배치되어야 한다.


암튼, 보컬 녹음과 프로세싱은 어렵다.



5. 다음은 믹싱 & 마스터링이다.

보컬까지 녹음하고 나면 그다음엔 믹싱이다. 전체의 흐름을 고려해 개별 트랙의 소리를 적절하게 줄이고 높이면서 배열한다. Verse는 차분하게, 코러스는 강하게 등 곡의 흐름에 따라 음압의 레벨도 조금씩 조정한다. 튀는 음역대는 EQ로 조절해서 정리하고, 전체적으로 사운드의 밸런스가 있는지를 계속 살핀다.


마스터링도 중요하다. 음악은 음압이 높아야 잘 들린다. 스트리밍의 기준인 0 dB로 음압을 높이고 개별 트랙보다는 전체적인 느낌을 보면서 EQ도 조절하고 프로세싱한다. 패러렐 프로세싱 등 여러 기법이 있지만 나도 잘 모른다. 심플하게 Ozone을 쓰거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다.


6. 이제 앨범을 출시합니다.

음원을 만들 때 꼭 필요한 것이 앨범 커버와 프로필 사진이다. 음악 자체에만 몰두하다 보면 커버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할 겨를이 없지만, 결국 필요하다. 음반 작업이 처음이라면 자신의 프로필 사진도 준비하는 것을 권한다. 기왕 만드는 거 멋진 사진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앨범 커버도  미리 고민해야 한다.


믹싱이 끝나면 음원 출시를 위한 음원 유통사를 선정해서 출시 일정을 잡는다. 유통사별로 홍보 능력이 다르다고 한다. 초보는 취급하지 않는 유통사도 있는 듯하다. 몇 군데에서 까이면 의기소침해지지만, 유통사를 선정해야 멜론에 음원을 출시할 수 있다. 받아주기로 한 고마운 유통사가 음원 출시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충실히 작성한다. 내 음원과 나에 대한 소개글도 만들어서 제출한다. 자기 음악의 홍보는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있다.


드디어 음원이 출시된다. 멜론에도 나오고 지니에도, 심지어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에도 나온다. 신기하다. 맘껏 그 신기함을 즐기면 된다.


음원이 나오면 저작권도 등록한다. 음원이 나온 페이지를 캡처해서 같이 올려야 저작권이 등록된다. 저작권을 등록하려면 저작권 협회에 등록비를 내야 한다. 비용은 들지만 저작권을 확보하고 수익을 만들고 싶다면 필수적인 절차이다. 등록을 마치면, 우편으로 증서도 보내준다.



7. 마무리

재미나게 만들고, 잘 정리해서 출시하는 것,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원을 출시하는 프로세스의 흐름은 유사하겠지만 어떻게 음악을 만드는 가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믹싱과 마스터링 외에 그 전 단계에서의 작업은 모든 것이 혼재되어 진행될 수도 있다. 자신의 방식대로 믿음을 가지고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경험이 있으시다면 분명 더 잘하실 것이다. 하지만 경험이 없어도 괜찮다. 음악을 만드는데 라이선스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니, 그저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싶은 대로, 노래하고 싶은 대로 마음을 따라 해 보면 될 것이라 믿는다. 세상의 모든 뮤지션들을 응원한다.


P.S 함께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kimthun/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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