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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Jun 02. 2021

[글쓰기에 관한 책 리뷰-2]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직장인의 논리적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현장 일을 하면서 최근 공문을 여러 차례 작성했다. 공문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여 계약과 상황을 근거로 계약상대방에게 향후 분쟁을 대비한 계약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계약에 근거하여 계약적 의무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글이다. 때문에 시종일관 논리에 기반하여 주장을 전개해야 하며, 선명한 주제와 명확한 근거, 모호함의 여지를 주지 않는 쉽고 분명한 글이 되어야 한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대부분 논리에 기반한 글이다. 직장에서는 보고서가 실력의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보고서를 쓴다는 것은 단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포맷과 형식에 잘 맞춰 쓴다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잘 쓰인 보고서는 논지가 분명하고 주장하려는 바가 선명하다. 보고를 통해 목적하는 바가 분명하고, 주장에 대한 근거도 확실하다. 보고서, 기안서, 제안서 등 형식은 다르지만 글의 목적은 동일하다.


그런 측면에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직장인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브런치의 글과는 조금 다른 성격이지만, 이 책은 '선명한 주제와 논리가 살아있는 글을 쓰기 위한 지침'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전개한다. 주옥같은 많은 내용 중 세 가지를 요약정리해본다.



1. 주제에 집중하고 논리를 밀고 나간다.


책의 서두에 작가의 ‘영업기밀’이라며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한 규칙을 소개한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보고서를 쓸 때 많이 받았던 질문은 ‘네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뭐냐’라는 것이다. 나의 주장과 추진하고 싶은 내용이 글에 선명하게 담겨야 한다. 주장과 취향은 다른 것이다. 직장인의 글쓰기에서는 ‘난 이게 좋아’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담아야 한다.

말이나 글로 타인과 소통하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해야 한다. 사실은 그저 기술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옳은 주장이라는 것을 논증해야 한다. 논증하지 않고 주장만 하면 바보 취급을 당하게 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실현하는 두 번째 규칙이다.


그리고 주장이 있으면 반드시 논증해야 한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취향에 그친다. 논거를 통해 주장을 뒷받침할 때 논리가 선다.  CEO까지 올라가는 보고서는 단 한 문장을 쓸 때도 그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쪽글씨를 달고 수치를 확인해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그 내용을 쓸 수 없게 된다. 숫자 하나가 달라서 통째로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엄격하게 논증이 확인된 주장만 담겨야 한다.

글을 쓸 때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원래 쓰려고 했던 이유, 애초에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잊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으로 논리를 밀고 가야 한다. 이것이 논증의 미학을 실현하는 세 번째 규칙이다. 이 규칙을 지키려면 무엇보다 주관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이 문단에서 ‘직선으로 논리를 밀고 간다’라는 표현이 참 멋지다. 주장을 할 때 에둘러가지 말고, 가장 짧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논증을 하는 것이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감성 에세이라면 여러 에피소드를 둘러둘러 미괄식의 결론을 내는 것이 글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논리적 글쓰기는 선명한 논리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전개를 할 때 아름답다.



2. 많이 읽고 발췌 요약한다.


1.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2.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유시민이 이야기하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철칙은 단순하다. 많이 읽고 많이 쓸 것.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쓰고 싶어 진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기록하고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다 보니 책을 더욱 읽게 된다. 독서와 글쓰기는 피드백 루프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독서를 통한 글쓰기의 방법으로 ‘발췌 요약’을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 할 수 있다.

요약은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추려 논리적으로 압축하는 작업이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독해력과 문장 구사력 그리고 요약 능력은 서로를 북돋운다. 독해력이 좋을수록 요약을 더 잘할 수 있다. 요약을 전제로 텍스트를 읽으면 독해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밑줄을 치고 중요한 부분을 표기하게 된다. 그렇게 발췌한 밑줄과 키워드를 모으면 책의 주제를 설명할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압축하여 요약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발췌 요약을 하면 거기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바탕으로 내 생각과 경험을 담게 된다. 발췌하는 행위는 공감을 전제로 한다. 저자의 주장이 나의 생각이나 경험과 동일한 울림이 있기 때문에 공감이 되는 것이다. 혹은 반감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책의 주장과 내 경험이 상호 작용과 반작용을 이루면서 더 깊은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3. 독자를 철저하게 존중한다.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유시민의 글은 쉽게 읽힌다. 주제가 어려워도 개념을 설명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여 글 자체만 읽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바탕에는 독자를 존중하는 자세가 깔려있다. 독자를 존중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쉬운 언어와 문장을 구사한다. 어려운 개념은 분명히 설명하여 글 내에서 독자를 이해시킨다. 현학적이지 않고 쉽게 풀어쓴다. 등.


직장인의 글쓰기에서는 독자가 대부분 윗사람이다. 아랫사람을 상대로 글을 쓰는 사람은 쉽게 보기 어렵다. 보통 상사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기 위해 글을 작성한다. 직장에서 좋은 글쓰기는 상사를 존중하고 상사의 눈높이에 맞춰 쓰는 글이다.


상사의 눈높이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나보다 높은 사람들은 다 바쁘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결정과 일을 처리해야 하고, 회의나 영업 등 더 많은 일들을 소화해야 한다. 그런 그들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추려면 보고서 자체로 완결성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추가 설명이 필요 없도록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고, 글은 최대한 짧게 압축하여 군더더기가 없게 한다. 개념이든, 전문용어든, 관련 사건이나 문서 근거 등 필요한 정보는 그 안에 다 들어있어야 한다. 직장인에게 독자를 존중한다는 의미는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마치며 : 글은 인생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인생에서 가장 멋지다고 느끼는 부분은, 그가 정치인이었지만 권력의 길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글을 쓰는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민주화운동으로 시작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지만 그의 삶의 본질은 지적 사유와 글쓰기인 듯싶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쓴다라는 문장은 그가 선택한 인생의 길과 잘 어울리게 느껴진다.


직장인의 글쓰기도, 브런치의 글도 내 인생의 일부를 떼어내어 담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이 더 아름답고 좋은 글이 되기 위해서 내 삶을 좀 더 멋지게 살아내리라는 각오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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