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회사와 조직에 대한 글을 쓸 때 그런 마음이 든다. 나름의 고민을 그간 느꼈던 문제의식과 애정을 담아 쓰지만, 브런치에 올리는 글이 그저 공허한 울림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 생각과 고민을 누군가 공유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의미 있는 변화의 씨앗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일상에서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브런치에 쓰는 것이니.
지난 3월에 쓴 <일을 잘한다는 것과 일의 감각>이란 글도 그러했다. 책을 읽고서 인상 깊었던 인사이트와, 당시의 회사 모습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갔었다. 회사 내 느껴지는 탁상공론, 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시간과 순서에 대한 고민, 그리고 경영진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약간은 울분을 담아 써 내려갔던 것이 사실이다. 마음을 배설하듯 써 내려간 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글이 의미 있는 순간으로 연결되었다.
회사의 커뮤니케이션팀이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개편과 함께 기획기사로 CEO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데, 인터뷰어 중 하나로 나를 섭외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날이 서 있을 때 썼던 글을 생각하면서 인터뷰어로 적합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보내면서 고민해보겠다고 했고, 고민 끝에 인터뷰어를 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니. (그리고 거절하면 다음엔 이런 기회는 안 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인터뷰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소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었고, 직접 CEO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살아온 여정을 듣는 것은 많은 공부가 되었다. 특히 공채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분이셔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나가는 자세와 계속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단련해온 면모가 인상 깊었다.
고마운 부분은 커뮤니케이션팀의 배려와 공감이었다. 내 글과 말미의 고민을 많이 담아 질문을 구성해주셨고, 덕분에 나도 좀 더 정성을 담아 인터뷰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생각이 글이 되고 글이 질문이 되어, 내가 속한 조직에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고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