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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Jul 05. 2021

김민섭 작가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김민섭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응원한다.

김민섭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한 건 <대리 사회>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책을 읽은 2016년도의 나는 회사의 사업관리부서에서 해외 현장을 담당하고 있었다. 해외 현장의 많은 현안과 이슈들이 있었고, 현장과 본사의 여러 부서들 사이에서 이슈와 현황을 공유하고 방향을 조율하는 실무자였다. 직속의 리더들이 많은 회의에 참석할 때 이를 서포트하며 관련 보고서와 자료를 만들어 내는 역할이기도 했다. 당시 <대리 사회>를 읽으면서 사유의 주체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런 메모를 했었다.


“이 회사의 주체는 누구인 걸까. 주체가 있긴 있는 것일까. “


담당자로서 임원과 리더가 알고 싶어 하는, 알아야 하는 내용을 파악하여 보고하는 것이 내 업무였다. 그럼 임원이 회사의 주체인 걸까? 가끔은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하고 일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사업부의 임원 역시 전사 경영진의 대행이기도 하다. 사업부 임원도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보고할 내용을 필요로 하고 의사결정을 받기도 한다. 그럼 전사 임원, 혹은 CEO가 회사의 주체일까. 잘 모르겠었다. 이유는 결정은 아무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진하는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쉽게 나오지만, 정작 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의사결정은 선뜻 아무도 하지 않는다. 결정을 하는 순간 책임도 따라오기 때문이리라. 대리 사회는 이런 모습을 남의 운전석에 앉은 대리 기사라는 상황을 통해 은유적으로 설명한다.


사실 ‘을의 공간’에 자리한 대화의 피주체에게 가장 먼저 통제되는 것은 말과 행동이 아니다. 그 이전에 ‘주체로서 사유할 자유’를 잃는다. 일상의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사유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 말하게 된다.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그것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한다. 하지만 주체와 주체가 아닌, 주체와 피주체의 대화는 일방적이다. 여기에는 듣고 말하는 행위만 남고 중간의 과정은 모두 생략된다.
- 대리 사회 中


대리 기사가 운전석에 앉는 순간 자동차 주인을 대행하여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체로서 사유할 자유를 잃는다. 회사 내 의사결정이 모호한 상황, 그래서 회사 운영의 주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던 내게 이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했다. 내가 속한 조직 역시 대리 사회였던 것이다. CEO도, 임원도, 나도.


그런 깨달음은 거대한 대리 사회인 회사 조직에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삶의 주체로서 나만의 글과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일깨워줬다.


김민섭 작가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갇혀있다가 사유의 자유를 찾아서 용감하게 그곳을 벗어났다. 통제된 사회를 벗어나 스스로 사유하기를 선택하여 홀로 서는 그를 어느새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꾸준히 글을 쓰고 계속해서 생각을 들려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는 모르겠지만 주변에 대리 사회를 정말 좋은 책이라며 많이 추천하고 다녔다. 회사에서 좋은 책을 추천하기 위한 설문에도 빠지지 않고 그의 책을 추천했고 실제로 사내 기사화되기도 했다. 사내 교육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을 때는 김민섭 작가를 섭외하려고 컨택도 했었다. 조심스레 일정을 확인한 후 반영하여 교육 기안을 올렸지만, 윗선에서 당시 교양강좌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았고 결국 무산되었던 아쉬운 기억이 있다.


대리 사회를 쓴 이후 김민섭 작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금속 노동자 김동식 작가를 발굴하여 새로운 타입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도록 도왔다. 일인 출판사 정미소를 차렸고, 독자와 작가의 글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책장 위 고양이’라는 콘텐츠를 론칭했다. 원주와 망원동의 이중생활을 청산하고 강릉에 자리 잡았고, 최근엔 유튜브를 개설해 부글부글 한 아들과의 일상도 기록하고 있다. 그 사이 <아무튼 망원동>, <훈의 시대> 등의 저술도 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그의 신간이 나왔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다.


헌혈, 김민섭을 찾는 이야기, 고소, 그리고 몰뛰작땅까지, 그간 그가 살며 사유했던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낸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또 다른 김민섭을 찾는 이야기였다. 첫 해외여행이 무산될 상황에 놓이자 소액만 환불을 받는 대신 같은 이름을 가진 이를 찾아 항공권을 양도하는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사실 김민섭 작가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어서 첫 공지로부터 93년생 김민섭을 공항에서 만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때도 참 좋았지만, 다시 읽어도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인문학 연구자에서 지금의 작가와 기획자, 플랫폼 콘텐츠를 운영하는 여러 과정을 겪으면서 김민섭 작가는 어느새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시민들과 연대하는 인간으로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한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사회에 발을 디딘 인간으로서 그의 성장과 사유를 읽을 수 있었고,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마음이 여전히 선하고 따뜻하다는 것에 무척이나 행복해진다.


그렇다.

이 글은 김민섭 작가와 그의 새 책에게 보내는 헌사이다.

 

새로 출간한 책이 많이 팔리고 읽히길,

그래서 사회가 조금은 더 따뜻해지길,

그리고 김민섭 작가가 출판사에 좀 더 당당해지길 응원한다.


작가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글을 열심히 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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