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레코딩 작업을 하다 보면 많은 이펙터를 만나게 됩니다. 주파수를 변형해서 소리의 색깔을 만드는 이퀄라이저(EQ), 공간감을 만드는 리버브(Reverb), 사운드의 다이내믹과 톤을 컨트롤하는 컴프레서(Compressor), 사운드를 지연시키고 반복을 통해 공간감과 특색을 만드는 딜레이(Delay) 등이 그것이지요. 그중 최근에 가장 재미나게 공부하고 사용했던 것은 Delay라는 이펙터예요.
딜레이의 사전적 의미는 ‘지연’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산 정상에서 들을 수 있는 메아리 같은 것이죠. ‘야호’를 외쳤을 때 얼마나 후에 다시 소리가 다시 들리는가에 따라 산의 공간감이 느껴지듯이, 사운드가 처음 들리고 그 이후의 시간 차이에 의한 공간감과 확산감을 만드는 효과를 주는 기능을 합니다.
딜레이 중에서도 최근 사용했던 효과는 'Tempo 딜레이'라는 방법이에요. 기타 사운드가 나면 그다음 왼쪽에 1/8박자 이후 살짝 들리게 하고, 오른쪽에 1/4박자 후에 들리도록 걸어서, 자연스럽게 음악의 리듬에 맞는 딜레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믹스 테크닉 99>라는 책에서 배운 건데, 저자는 이런 템포 딜레이를 여러 악기나 음원 소스에 건다고 해요. 이번에 보컬 믹싱 하면서 아주 살짝 들릴락 말락 템포 딜레이를 걸어보기도 했었어요. 집중해서 들어야 들릴 정도로 아주 조금이지만 곡의 빠르기와 연동된 딜레이라 자연스러운 녹아드는 느낌이 꽤나 재밌었습니다.
로직 프로에서 템포 딜레이를 만드는 플러그인입니다. :)
2. 건설 프로젝트의 Delay(공기지연)
건설에서의 딜레이는 결코 좋지 않은, ‘공기 지연’을 의미합니다. 건설은 거대한 물리적인 집합체이기 때문에 정교하게 세부적인 공정을 계획합니다. 단순히 순서대로 일이 진행되기보다는 여러 가지 공정과 공종이 결합되고 복잡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수많은 공정의 액티비티를 연결해서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과 선후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공정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합니다. 변수가 생기면 동시에 여러 공정이 영향을 받아 일정이 밀리게 되죠.
현장의 공정이 지연되어서 마지막 준공을 앞두고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순서대로 일이 완료되어 차근차근 정리되면 좋겠지만, 여러 설계변경과 외주업체의 귀책으로 인한 지연, 자재의 생산과 근로자의 수급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쉽지 않는 상황이예요.
하지만 준공시점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해서 맞추도록 현장 전체가 합심해서 달리는 중입니다. 잘할 수 있겠지요,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3. 앨범 발매의 Delay(연기)
그래서 파생된 결과가 앨범 발매의 Delay(연기)입니다.
<구름에 달 가듯> 음원 발매를 1개월 연기했습니다.
사실 예정대로였다면 이미 앨범을 발매했어야 했습니다. 지난번 글을 쓴 직후 앨범 유통사로부터 발매일자를 10/21일로 받았고, 일정에 맞게 믹싱과 마스터링 등 음반 후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죠. 하지만 바빠진 업무와 그로 인한 시간의 소모, 그리고 부족한 마음의 여유 등으로 도저히 시간 내 믹싱을 완성할 자신이 없어졌어요. 이번 앨범은 좀 더 사운드의 완성도를 기하고 싶었는데 당초 세웠던 믹싱 계획에도 진도를 못 맞추고 있었고, 그렇다고 대충 해서 내는 것은 견딜 수 없었기에 고심 끝에 유통사에 발매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발매 일정은 11월 중순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만, 그래도 새로 생긴시간 덕분에 조금씩 완성도를 높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생기면서 새로운 시도도 해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됩니다. 모든 일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님을 깨닫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