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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Jan 02. 2017

영원한 이별에는 어떤 인사를 해야 하는 걸까?

이십 대가 끝났다. 29살 마지막 밤, 나는 관에 들어있는 것처럼 두 손을 가슴에 포개고 다리를 촘촘하게 오므린 체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08년도, 새해를 화장실 문 넘어 울리는 아나운서의 들뜬 카운트다운에 필사적으로 변을 끊어가는 절망과 수치스러움으로 맞이한 기억이 어쩐지 트라우마처럼 남아 매년 말이면 10분 전부터 경건한 마음으로(그리고 깨끗한 몸으로) 남들처럼 새해 소망이라든지 목표라든지를 조용히 웅얼거리곤 하는 것이다.


건강하기를, 자주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둘러싸인 모든 것들에 눈물 흘릴 수 있는 마음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랄 맞았던 나의 20대에 작별인사를 했다.


나의 삶은 왜땜시 찌질한 수치스러움의 범벅일까.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지'

'뭐.... 마지막이니까 애틋해서 하는 말이지만... 개자식아 함께해서 참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따위의 말들을 중얼거렸다. 문 밖의 티브이에서는 사람들의 들떠있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5! 4! 3!..."


'그래... 그럼.... 그러니까...'


어릴 적 어머니께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보내는 것들에게는 '안녕' 인사하라 알려주셨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에어떤 말을 건야 할지 배운 적이 없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이별에는 어떠한 인사를 건네야 하는 걸까?

 

"2! 1!"


'어.... 그러니까....'


"새해가 밝았습니다!"


아나운서의 외침을 끝으로 급한 마음속 엉켜버린 단어들을 미처 풀지 못한 체 '어.. 그러니까..'로 마지막 20대를 떠나보냈다.


나는 항상 헤어짐에 어설펐다. 슬픔과 당황스러움에 허우적거리다 아무 단어나 내뱉으며 언제나 모든 이별들을 바보 같이 보냈다. 생각해보면 멋진 이별에는 많은 말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아니 그저 입을 다물고 있어도 괜찮은 일일 수도 있었다. 그저 식사 후의 아기처럼 조용히 안아주고서 토닥여주기만 했어도 됐을 일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말로 표현 못할 의미까지 전해 준단걸 알면서도 왜 그렇지 못했을까?


어머니께 소소한 새해 인사를 건넨 뒤, 방으로 돌아와 처음 만나는 서른 살에게 인사를 건네본다. 이번에는 멋진 이별이 되길 바라보면서.


'안녕? 앞으로 잘 부탁해! 그리고 우리 훗날 떠나갈 때는 그저 말없이 서로를 안아주기만 하자.. 방금 20대를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그럭저럭 멋졌을 거라 후회했거든..'

17.01.01







스스로와 얘기하는 자아분열증 아닙니다. ㅎㅎ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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