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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Jan 30. 2017

꽃은 어떻게 버려야 하는 걸까?

장미(1)

 집에 오는 길에 충동적으로 장미 한 송이를 샀다. 장미를 좋아한다. 벗어 아름답고 드야만 유명해지는 요즘, 한 잎 한 잎 제 몸을 겹겹이 쌀수록 아름다워지는 고전적 아름다움에 어쩐지 점점 눈길을 주게 된다.

 로맨티스트는 결코 아니다. 삼천 원이라는 가격에 순간 움찔했을뿐더러 만 원 한 장을 건네자 "잔돈이 없어서... 어쩌죠?"라는 플로리스트의 말에 동전 지갑에서 오백 원짜리 6개를 주섬주섬 챙길 때는 '너무 비싼 것 아닐까? 생명체에 값을 메기는 것이 옳은 일인가?' 라사지 않기 위한 온갖 쓰잘대기 없는 핑곗거리를 찾아 머리를 굴렸으니까.

 집에 마땅한 꽃병이 없어서 입구가 넓은 스파게티 소스 유리병에 꽃아 책상 위에 두었다. 병 입구가 넓은 탓에 장미꽃이 좀 기울어지기는 했지만 물을 주자 금방 생기를 띄는 모습엔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후각이 둔해서 향기는 맡을 수 없지만 어쩐지 희끄무리한 방에 새빨간 장미 한 송이가 주는 아름다움이 좋았다.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할 때면 가끔 장미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사실 꽃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집에 장식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꽃을 집에 둔다는 것 그녀의 뿌리를 서슴없이 동강동강 자르고 가시를 뽑은 뒤, 이파리도 툭툭 뜯어내고선 물에 담가 생명을 유지시키며 아름다움에 흡족해하는 행위 생각할 때면 썩 유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기계적으로 도축된 고기, 온갖 과일과 채소 또한 즐겨 먹기는 하지만, 물병에 담겨 생명을 유지하는 장미꽃을 볼 때마다 수액과 항암제로 생명을 유지하던 내가 떠올라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가 잘 하는 것은 맞는지, 물을 갈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자꾸 불안해서 이파리를 쓰다듬었다가 혹시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얼른 손을 뗀다거나 안절부절못하곤 하는 것이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이렇게나 신경 쓰이는 일이라니.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장미가 활짝 피었다. 여인의 아름다움을 종종 꽃에 비유하는 이유도 알 것만 같다. 장미꽃을 보며 사랑하는 여인에게서 느꼈던 아름다움과 황홀함 그리고 약간의 외경심을 조금이나마 느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는 시 구절이 생각나서 이름이라도 지어주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로사? 로이? 로제?' 한참을 고민하 저주받은 작명 센스에 절망만 남기고 그만두었다.


 한편으론 약간의 두려움도 생겼다. 활짝 핀 꽃은 얼마 안 가 시들해지고 곧 버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꽃은 대체 어떻게 버려야 하는 걸까? 상한 과일따위는 쉽게 버리면서도 어쩐지 꽃이란 생명은 망설이게 된다. 아파트 앞 잔디밭에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기에도 어쩐지 찝찝하다. 꽃이 아름다워질수록 불안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모든 만남에는 항상 이별이 뒤따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별이 주는 상처가 두려워 만남마저 점차 소극적이게 된다. 언제나 갑작스레 찾아오는 만남이지만, 작별하는 방법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더군다나 꽃과의 작별은 더더욱.. 나는 이별에 항상 서투른데...걱정이다.

(17.01.27)







 요즘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3월정도 예상하고 있는데요. 여태껏 썼던 글들을 전반적으로 갈아엎고 수정하고서 '제본'을 뜨려고 합니다. 개인소장용으로요. 물론 "책을 드릴께요" 라는 명분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브런치 독자님들중에 간혹 4~5분 정도인가? 인쇄된 형태로 보고 싶다 해주셨던 분들을 위해서도 따로 준비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p.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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