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탱글통글입니다.
추운 겨울 잘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건강은 하신지, 로또는 당첨되셨는지,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잘 만나고 계시는지...(저는 건강만 빼고는 다 못 하고 있네요. 기... 기쁩니다..)
저는 요즘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저기 출판사에 지원은 해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떨어질 예감이 들기에 기대조차 안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원고 투고 메일을 보내는 것도 전혀 긴장감이 없네요. 심지어 조금 전에는 거절하는 답장을 받았는데도 '이열.... 나 거절당한 거야? 올.... 작가 같은데???'라며 피식거리게 됩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4월 초를 목표로 '개인 출판'을 생각 중입니다. 소소하게 만들어서 지인들도 나누어 드리고 혹여나 열 몇분 정도 사주신다면 모이게 될 몇만 원 정도는 기부할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개인 출판이다 보니 조잡한 글솜씨부터 내지 편집기술까지 모두 스스로 커버해야 하기에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내가 쓴 글은 자식 같고 애착이 간다지만, 똑같은 글을 여덟 번째 정독할 즈음에는 '읽을수록 쓰레기 같은 이 글을 출판해도 될까?'라는 회의감에 휩싸이는 것 또한 사실이죠. 이 책이 종이로 인쇄되기 위해 잘려야 하는 나무들을 문득 떠올리면 괜스레 숙연해지면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요...
어머니도 저를 키우며 이런 느낌이셨을까요? 아... 어쩐지 죄송해집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어찌 되었든 제본이 아닌 개인 '출판'이 되어버렸으니 혹여나 구입하시는분이 소위 '낚였다'라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다시 자리를 고쳐 앉아 글을 씁니다.
아무리 취미라지만, 온종일 글만 쓰고 집에 돌아올 때면 더는 글 쓰는 일 따위 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아니, 머리가 굳어버린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네요.
'브런치에 글 써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깜빡거리는 커서 앞에서 멍하니 앉아만 있기를 벌써 한 달이 넘어가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을 써보려 합니다. 안부를 묻는 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글을 말이죠.
가장 친한 친구가 다른 사람에게 제 글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뭘 읽었는지 당황해하는 글."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그런 뉘앙스의 소개였는데 저는 이 표현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소소한 글들이 더 즐겁습니다.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훈계할만큼 아는 것도 많지 않을 뿐더러, 누군가의 가치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번뜩이는 글 같은걸 목표로 두는 것은 역시나 부담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온통 '다. 다. 다.' 따위로 끝나는 딱딱한 글보다 '~요' 혹은 '~죠' 같은 끝맺음의 말랑말랑한 글이 더 즐거운 것 또한 사실이고요.
그래서,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에는 즐거운 글을 써봅니다.
편지를 쓰듯, 오랜만의 친구에게 장문의 카톡을 보내듯 영양가 없고 맥락따위 없는, 엉망진창인 글을 말이죠.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피식피식 웃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술술 써 내려가는 저를 발견하면서요.
뭐... 살아가는 것도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하리라 생각해봅니다.
무언가 답답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게되는 순간, 우직하게 목표를 향해 밀어붙이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죠.
하지만 때로는 문제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피식피식 웃으며 할 수 있는 즐거운 것부터 설렁설렁 손 대보는 것도 한 가지 해결 방법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다보면 저처럼 싱거우리만치 고민이 풀려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아... 정말 재미있게 글을 썼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쓰는 이런 글 따위를 읽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가끔 이렇게 의미없는 글도 끄적이면서요.
물론 정성껏 쓰는 글도 딱히 대단한건 없겠지만...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까 부디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주세요...퍼트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탱글통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