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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Jun 05. 2017

고양이를 흉내 내는 코끼리

 인터넷에서 우연히 위로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인터넷보단 종이로 읽는 글을 훨씬 선호하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습관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돈을 주고 사야 하므로 고를 때도 신중하게 골라야만 합니다(종종 눈이 뒤집혀서 결국 마구잡이로 사들이곤 하지만요). 신중하게 고르고 나면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며 나는 소리와 냄새, 감촉 등을 느끼면서 즐겁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죠.


 독서는 제가 끈덕지게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어쩌면 거의 유일한 취미 생활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일 저는 독서를 즐기 타고난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게으르고 자기주장이 약하며, 기억력이 좋지 않죠.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약간 비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독서를 즐기기엔 꽤 유리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으르므로 앉거나 누워서 몇시간씩 느긋하게 책을 붙잡고,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몇 번을 읽어도 새롭습니다. 그리고 에고가 약한 편이어서 대부분의 책들을 불쾌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 줄곧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라며 받아들이고 맙니다.


남의 말이 대체로 맞더라..


 이야기가 많이 엇나갔지만, 어쨌든 오늘은 종이책을 읽을 기분이 아니었고 결국 노트북을 뒤적거리다가 위로 에세이 한 편을 읽었습니다. 뭐 대충 '오늘 하루도 수고했고 넌 최고니까 벌떡 일어나서 나아가라. 자신감을 가져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위로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하자면 뭐랄까... '너무 노골적으로 위로하는 글'은 취향이 아닙니다. 주변에는 "음악에도 취향이, 글도 선호하는 장르가 있는 거야."라며 말하고 다니기는 하지만, 단순히 '당신이 뭘 알아요? 날 동정하지 말아요.' 같은 이상한 반발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비록 취향은 아니었지만, 정말 멋진 글이었습니다. 보통 위로라는 것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업이니까요. 그리고 자신이 쓴 글 누군가가 위로를 받는다는 건 대단히 힘들어도, 또 그만큼 보람찬 일이겠죠.

 그런 글들이 부러워서 나름 어쭙잖은 위로글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거나 노트에 고이 잠들어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섬세한 사람이 아니라서 무리라고 생각하네요.


 마치 고양이를 흉내 내는 코끼리가 된 기분입니다. 고양이의 갸르릉 거림과 날렵한 몸놀림이 부러워 따라 해 보지만, 코끼리가 갸르릉 거리고 폴짝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에 위로를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음... 그러니까 결국, 저는 최대한 그냥 하던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면서 똥도 대량으로 빡빡 싸고, 가끔 코로 물분수쑈도 하는... 뭐... 지금 같은 일상적인(?) 글들을 말이죠.

 

저도 나름 '이딴식으로 써도 될까'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제가 설령 꾸역꾸역 위로 에세이를 썼다 하더라도 서로 어색하리라 생각합니다. 다들 저따위가 위로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잘 살고 계시지 않나요? 기본적으로 '살아있는 중이다'라는 것에도 벅찬 감동을 느끼는 사람이라서... 살아가시는 중인 독자님들에게 딱히 드릴 위로가 없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그냥 어쩐지 죄송해지네요...


 그러니까 오랜만에 우연히 위로 에세이를 읽었고, 나는 그냥 하던 대로 그저 그런 글들이나 써야겠다고 다짐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그저 그런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부랴부랴 글을 썼습니다. 지금이 새벽 4시 반이니까 이 글은 몇 시간 후부터 읽히기 시작하겠군요. 아침에 읽으신다면 오늘 하루도 파이팅입니다! 저녁에 읽으신다면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으셨으니 '수고했어.. 진심으로.'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어요..



-김탱글통글-



P.S 책의 제목을 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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