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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Aug 30. 2018

부고(訃告)를 들은 날

어제 간간히 연락하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동 갈 시간이 되어 짐을 챙기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 알게 되었다. 나는 약간 당황스러워했다. 삼 사일 전에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천천히 떠난다고 한들 나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을까. 나는 그저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야 할 뿐인데.

헬스장에 가서 한 시간 정도를 가볍게 뛰고, 공용 샤워장의 습기 차고 끈적한 바닥을 불쾌해하며 샤워를 하고 독서실로  녹차를 마시며 공부를 한다. 메신저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고 책을 읽다가 문득, 책상 조명을 바라보면서 '아아... 괴롭구나 사는 일은 참 괴롭구나..'라고 생각하겠지. 얼마 뒤 마음을 다잡고서 의미 없고 재미없는 글이라도 일단 많이 써보자는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글을 쓴다. 자정이 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나는 또 '아아.. 외로워라... 저녁의 밤하늘은 참 외롭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낮은 괴롭고 밤은 외로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면, 얼른 어둠이 켜켜이 겹쳐있는 구석으로 찾아 마음을 가다듬고서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비록 어떤 사람에겐 나의 일상과 여름 날씨가 더웠던 것, 오늘의 해가 떴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안전하게 도는 문제 따위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살아가야 하니까.

문득 바다 위에 혼자 떠있는 고독함을 느끼면서 그 사람은 어땠을까 잠시 상상해보지만, 이내 그만둔다. 공유하고 털어놓을 사람도 없다. 결국 나는, 일개미가 집을 만들기 위해 모래를 한 알 한 알 구멍 밖으로 옮기는 것처럼 당분간은 고독함을 차근차근 힘겹게 배출시키며 잠에 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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