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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탱글통글 Sep 05. 2018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책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쩐지 늙어 보이지만, 내가 초등학교  놀이터에 항상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생전 처음 보는 친구였지만,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려 놀았다. 내가 딱히 사교적인 아이가 아니었어도, 놀이터에서 할 수 있는 들이 대부분 단체놀고 또 그때의 분위기가 대충 그랬다. 한참을 놀면 언제나 저녁 6시에 두부를 파는 아저씨가 종을 흔들면서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면 집으로 들어가 티브이 만화를 보면서 밥을 먹고, 학교 숙제를 억지로 하고서 빈둥거리다 잠들었다. 바람직한 초등학생의 일상이었다.

스마트폰은커녕 컴퓨터도 귀한 시대(?)였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밖에서 놀고 싶지 않은 날에는 책밖에 볼 것이 없었다. 덕분에 책은 정말 많이 읽었다. 요즘은 책을 고르는 입맛이 까다롭지만, 그때는 세계문학전집을 베이스로 오히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사는데 인색한 집이 아니어서, 매주 집 앞 육교 밑 서점에 들러 그 주에 읽을 책을 닥치는 대로 사들고 집에 오는 일을 반복했다.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지만, 지적 욕구가 있었다거나 감수성 넘치는 문학 아동은 아니었다. 단순히 놀 선택지가 몇 없기 때문에 읽었다. 무언가 의미나 기억이 남는 독서는 아니었. 그래도 딱 한번 기억에 남는 독서가 있다.

 초등학교 4~5학년쯤인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었을 때였다. 방 침대에 누워서 읽고 있는데 마지막 즈음에 주인공 소년 제제의 비밀친구이자 친아버지처럼 따르는 뽀르뚜가 아저씨가 기차에 치여 죽었다. 제제가 뽀르뚜가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는데 나도 모르게 감정이 터져버렸다. 눈물을 흘리다가 결국 책을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마치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오열했다.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슬펐던 날도 아니었고 술을 마신 것도(당연하지만) 아니었는데...

내 울음을 듣고서 어머니가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는 오열하면서


 "뽀르뚜가가 죽어버렸어!! 뽀~~를르르ㅡㄹ를ㄹ를뚜가!!!"


라고 외쳤다. 뽀르뚜가를 외치며 울부짖는 초등학생이라니... 나 같으면 웃음을 참지 못했겠지만, 어머니는


"그랬구나..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럴 수 있지..."


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돌아가셨고 나는 몇분을 더 울다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끝맺을 수 있었다. 어머니께 감사하는 부분이다. 어릴때의 감성은 사소한 반응에도 쉽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그때의 어머니는 아셨나보다.

그러고보니 그때의 감정은 어머니의 도움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했는데 지금 이 글은 어떻게 끝맺음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임향 탄산수를 마시던 중에 갑자기 떠올라서 적었을 뿐인데... 곤란하다.

음... 라임과 라임 오렌지가 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라임은 라임대지방에서 재배되는 과일로써, 비타민C가 풍부하여 피부미용에 좋고 노화 예방 좋다고 다. 또한 '시트렉산'이라고 불리는 성분이 천연 미네랄 성분에 가까워서 건강좋기까지 하다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들 점심에 라임 모히또 한 잔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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