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암환자의 인생 표류기

후기 및 앞으로의 계획

by 김탱글통글

안녕하세요. 김탱글통글입니다. ㅎㅎ


이런 식의 글을 처음 써봐서 그런지 뭔가 부끄럽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떠들어 보겠습니다.ㅎ


일단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장난스럽게 첫 글을 올리고 난 후 마음속으로


"1년에 독자수 50명에 실 구독자수 15명 정도가 되면 부담도 없고 참 좋겠다.."


라는 미묘하게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설정했었는데 어느덧 100명이 넘어가고 나니까 음... 대단히 당황스러웠습니다.


100명이 되었을 때 스샷을 찍었습니다.ㅎㅎㅎㅎ



물론 몇 천명이나 되는 분들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지만 뭐랄까.. 살면서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아본 적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교실의 소화기를 터트린 후로 처음이어서 조금 신기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제 글에 자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사실 브런치의 글들을 읽으면서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는 중입니다. ㅎㅎ 정식으로 글을 배운 적도 없고 재능도 없고 주로 인간의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다는 새벽 1~3시 사이에(근거는 없습니다) 글을 쓰는데, 다음날 읽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똥글들이 나와있더라고요.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몇 년 반복하다가 문득, 난 도대체 뭐가 부끄러워서 계속 글들을 지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뭐 딱히 대단한 기대를 하는 사람도 없는데 알게뭐람?"


하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주변 사람들도 많이 좋아해주시고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글을 쓰면서 많이 행복했습니다.

꺼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나와 감정들을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울기도 많이 울고 웃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뭔가 후련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실력도 조금씩(정말 놀라울 정도로 조금씩이지만) 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시작할 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알고 있으면서,

일단 시작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면서도 저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시작을 머뭇거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시작할 때도 그렇게 부끄러워서 몰래추며 그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좀 어처구니가 없는 것처럼요.

예전 그림. 지금은 스케치를 주로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쓸 생각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도 인용해보고 나만의 멋진 문구도 만들어보고 소설 쓰기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보면 부끄러워서 이불을 발로 수십 번도 더 찰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저에게 대단한 기대를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ㅎㅎㅎ 그리고 저의 이런 길에 구독자분들이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수필을 주로 쓸 생각입니다. 소설을 쓰기에는 실력도 부족하고 올해는 시간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주제는 제 생각과 사는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입니다. 물론 제가 겪었던 투병생활도 종종 쓸 생각입니다. "20대 혈액암 환자의 인생 적응기"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도 엄청 많으니까요.


저는 감성적인 글을 쓸 수는 있지만 무겁게 한탄하는 글은 잘 안 쓸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 남들한테 칭얼거리는걸 싫어하거든요.. 주로 매우 대단히 쓰잘 대기 없고 평범한 일상들과 생각들을 쓸 것 같습니다.

읽으시다 보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싶으실 수도 있겠네요.


핸드폰 메모장


정보글을 써볼까..라는 생각도 잠깐 해봤는데 치명적 이게도,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하.. 제가 정보를 받아야 하는 인간이라서..

그래도 가끔 철학자들에 관해 얕고 넓게 알아보는 글들은 올릴 수도 있습니다(칸트는 가터벨트의 창시자입니다.라는 식의..)


저는 글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 독자님들에게 크게 바라는 것은 없고 그냥 친구랑 카톡으로 떠들듯이 대화하듯 일상과 생각들에 관한 글을 쓰고 같이 공유하기를 바랍니다.

"그럴 거면 친구랑 카톡을 하세요."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면서도 친구를 사귀기는 부담스러워하는 타입이라서 그렇습니다.

이런 저라서 좀 송구스럽습니다만..

앞으로도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ㅎ



제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혼란스러우시거나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암' 치료는 끝난 상태입니다. 이것저것 다른 수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일단은 무사합니다. ㅎㅎ


과거 치료 일정


하나이비인후과(09. 12. 15)

강남세브란스 C.T 검사(09. 12. 16)

코뼈 조직검사 및 절제술(09. 12. 23)

방사선 치료 시작(10. 01. 01)

암 재발 강남세브란스 입원(11. 01. 04)

1차 항암 입원(11. 01. 04)

2차 항암 입원(11. 02. 17)

3차 항암 입원(11. 03. 07)

요로법 시작(11. 06. 13)

케모포트 제거(11. 07. 16)

의왕시 학의동 입주(11.08. 26)

서울 성모병원(11. 11. 11)

제중원 입원 및 치료 재시작(11. 11. 12)

4차 항암치료 퇴원(12. 01. 10)

5차 항암 입원(12. 03. 26)

조혈모 이식 위한 세브란스 입원(12. 05. 17)

백혈구와 호중구 최저치(5/7000~)(12. 06. 06)

무균 2인실 옮김(12. 06. 11)

성형외과 첫 진료 및 예방접종 시작(13. 07. 10)

예방접종 2차(13. 08. 05)

성형외과 코 복원 수술 1차(14. 01. 02)

성형외과 코 복원 수술 2차(14. 01. 24)

성형외과 코 복원 수술 3차(14. 04. 20)

성형외과 코 복원 수술 4차(14. 05. 30)

성형외과 코 복원 수술 5차(15. 02. 15)

성형외과 코 복원 수술 6차(15. 08. 22)

~진행 중





두서없기는 하지만 9일은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만나서 밥도 먹고 선물도 받았습니다. 처음 투병생활을 하고 생일을 맞을 때 "내년 생일은 과연 맞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어느덧 29번째 생일을 보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당신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그냥 남자의 본능이랄까.. 그런 것들이 말해주네요.

저는 생크림을 좋아하는데 친구들이 모카를 사오는 바람에 약간 흥이 식었습니다.


축하해준 친구들과 소중한 선물 감사합니다.

20가지 칼라펜을 받아서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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