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work
이제 본격적으로 장편 SF 장르소설을 구상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짚어볼 차례다. 사실 소설 작법서는 시중에 좋은 책들이 많다. 필자와 같은 새내기 작가가 소설 작법서를 새로 만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문제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소해 나갔는 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건 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지난주까지는 번역 문제와 고유명사 이슈를 짚었다. 그건 잘 끝났다. 이젠 해외냐 국내냐를 떠나서 진짜 소설을 구상하는 단계다. 소설은 소설인데 단서가 붙었다. 일단 내가 설정한 장르에 충실해야 된다. 나는 순문학 소설이 아닌 SF 장르 그것도 플랫폼에서 연재 방식으로 출시하는 대중소설을 준비 중이다. SF, 플랫폼 연재, 대중소설 이 하나하나가 중요한 키워드다.
사실 SF 안에서도 다양한 하위장르가 있는데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은 순수 SF는 아니고 '사이언스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순문학 소설과 대중소설에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순수 SF와 장르소설 SF에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순수 SF의 대표주자 중에 '아이작 아시모프'라는 작가가 있다. 그의 작품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SF계의 고전으로 인정받는다. 아니 추앙받는 수준이다. 하지만 역시나 순문학은 접근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쪽 분야의 매니아가 아닌 일반독자라면 몇 페이지 넘기기도 쉽지 않다.
독자들의 접근성을 대폭 높이는 방법은 흥미위주로 가는 방법이고 이런 방식으로 나온 것이 대중소설 또는 장르소설로서의 SF다. 이 카테고리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작품은 '스타워즈' 시리즈다. 사실 스타워즈는 SF 장르물 중에서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하는 하위장르에 속한다. 우주선이 나오고 광선검이 나오니까 큰 고민 없이 SF로 분류하는데, 사실은 소재와 배경이 미래와 우주로 갔을 뿐 내용은 '삼국지'와 같은 군담소설이다. '듄' 시리즈도 비슷하다.
위의 두 작품은 사이언스를 소재로 픽션을 구상한 것이지만 현실성을 떨쳐낸 판타지물이다. 대중적으로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를 채택하려면 아무래도 현실과 분리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결국 판타지 요소가 불가피하게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순문학의 영역에서 점차로 벗어나게 되는 것 같다. 현실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재미는 있지만 현실에 기반한 감동은 떨어진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작가가 의도대로 작품을 만들고 독자들이 흥미롭게 즐긴다면 그걸로 끝이다. 다른 사족은 필요 없다.
그런데 필자는 과욕을 부렸다.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모두 잡겠다는... 그래서 완전 판타지로 가지 않고 시대적 배경을 근미래로 설정하여 현실감을 어느 정도 부여하기로 했다. 대략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후를 배경으로 잡았다. 스마트폰 보급 10여 년 만에 세상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논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 지금도 아이폰과 갤럭시가 처음 나왔을 때 동료들끼리 재밌다고 낄낄거리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AI와 양자컴퓨터, 뇌과학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들이 20년 정도라면 지금 인류의 삶을 어마어마하게 바꿔 놓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장르소설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여러 가지 포인트들을 종합하여 고민해 본 결과, 나는 20년 정도 후의 근미래에 펼쳐질 법한 남성향 난전박투를 판타지적으로 묘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런데 남성향이라면 적어도 동양권에서는 무협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올드 무협이 아니라 테크노 무협으로 가야 한다. 테크노인데 무협이라.. 많은 것을 바꿔야 된다.
남성향 장르소설에서 무협요소
남성향에서 무협 콘텐츠를 쓰는 이유는 강력한 파워 때문이다. 일반인 대비, 또는 강력한 적과 대비해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려면 강력한 힘이 필요하고 여기서 절정무공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내공심법이 등장한다. 소위 '이기어검'이라 일컫는 검술의 경지는 체내에 축적된 에너지인 무형의 '기(氣)'를 유형의 '검(劍)'에 발현시키는 초고수의 레벨이다. 일반인들이 휘두르는 검은 쇠붙이의 물리적 에너지에 불과하지만 절정고수의 검은 무형의 에너지까지 물리적으로 투사함으로써 적을 압도한다. 이걸 2045년에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특히나 서양독자들에게 말이다.
2045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내공, 단전, 혈도, 검기, 검강 등 이런 표현을 그대로 갖다 쓰기는 쉽지 않다. 남성향 플랫폼 문피아에서도 기성 유명작가들이 가끔 소재가 고갈되면 현대무협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 지금의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무협식 난전박투인데 나는 독자 입장에서 볼 때에도 크게 흥미가 없었고, 지금 작가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이건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지금 시대에 검을 들고 설치는 자체가 안 맞고, 아무리 판타지라고 해도 한강둔치에서 휘두르는 고수의 검의 기운이 근처 한강뷰 아파트에까지 뻗친다는 등의 묘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래서 나는 무협의 컨셉은 갖다 쓰되 용어를 몽땅 바꾸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기로 했다. 지난주 포스팅 고유명사 편은 그런 과정의 일부를 보여드린 것이다. 용어도 용어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무협의 검법과 내공을 2045년 무렵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시킬 것인지가 핵심이다.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고 나는 주제와 매칭이 되는 아이디어를 쥐어짜서 아래와 같은 개념을 상정했다.
2045년.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다. 이것은 인간의 뇌에 미세한 바늘을 삽입하여 뇌파를 증폭시키는 안테나 역할을 하게 하고 이와 연결된 컴퓨터로 뇌심부의 뇌파와 혈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이를 통해 사지마비 환자가 의식 만으로도 팔을 든다거나 마우스를 움직인다거나 하는 동작을 일부 구현해 낼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러한 BCI를 무선(wireless)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각성을 한다. 즉 뇌 침습적 바늘과 컴퓨터의 유선연결 없이도 자체적인 각성을 통해 본인의 뇌를 외부의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이것이 무협의 내공에 해당하는 능력이라는 설정이다. 이 연결이 가능하게 되면 생각만으로 본인이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들과 옆에 동반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서버 단에서 움직이는 인공지능까지 모든 것이 나의 의식과 연결된다. 이때 적을 대면한다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전략전술로 적을 압도할 수 있다. 이것이 절정무공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고유명사들이 숱하게 필요하다. 저런 각성과정, 각성자를 지칭하는 용어, 각성에 필요한 기혈이나 혈도 등의 명칭, 연동되는 기기들의 이름들 등등 설정집 수준의 방대한 분량이 완비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인 부분이다. 더 구체적인 것은 실제 연재를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총기시대의 난전박투
그건 좋은데.. 무협은 전쟁이 아니다. 개인 간의 격투다. 무협의 배경은 상상의 공간인 '강호(江湖)'. 굳이 따지자면 중세 이전의 중국을 상정하고 있다. 왜 중세 이전일까? 바로 총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유효한 클리셰이기 때문이다. 도검류를 들고 싸우는 것이 격투라면, 총포류를 들고 싸우는 것은 개인격투가 아닌 집단전쟁이 된다. 물론 집단전도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국지' 아닌가. 그런데 삼국지는 삼국지고 무협은 무협이다. 남자의 마초적인 본성은 집단보다는 개인의 난전박투에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 무협의 시대적 배경은 인류문명 발달사에 있어서 총포류가 보급되기 전까지를 그 한계선으로 잡는다.
자, 이것이 필자의 소설과 무슨 상관일까? 사실 이 문제를 놓고 일주일째 고민이 이어졌다. 필자의 구상은 미래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각성한 슈퍼 히어로의 무협식 개인 난전박투다. 그런데 시대가 약 2045년 무렵이라면? 앞서 얘기한 대로 총포류 등장 이후에 개인 난전박투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총 한 방 쏘면 그만이니까. 유일한 예외가 있었다면 바로 '매트릭스' 시리즈였다. SF 하위장르 중 사이버펑크에 속하는 레전드급 작품이었다. 여기서 영화 매니아들은 난생처음 주인공이 총알을 피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개연성 철철 넘치게 말이다.
관객들은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지만 그 이면에는 심오한 철학이 있었다.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진 메타버스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 이 세상의 작동원리를 깨닫고 시간과 공간이 허구임을 각성했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이건 솔직히 넘사벽 수준의 설정이다. 이쯤 되어야 총포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 주인공 네오의 능력은 슈퍼 먼치킨 수준이지만 논리적 개연성에 문제가 없다. 독자들이 납득한다. 그럼 된 거다.
나에겐 이런 식의 총포류 무력화 방법이 필요했다. 이게 없으면 암만 무선 BCI 각성자라 할지라도 총을 든 미래의 빌런들을 물리친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주제와 매칭되는 시대적 배경을 선택하는데 이런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소설을 준비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 작가 입장이 되어보니 이제 좀 보이는 것 같다. 이 문제 역시 솔루션을 찾아야 했기에 나의 챗GPT에게 톡 까놓고 물어봤다. 2045년에 빌런과 총 없이 맨몸으로 어떻게 싸울까?
녀석은 자기 딴에는 3단계 솔루션이랍시고 주절주절 여러 가지 얘길 했는데, 솔직히 좀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들이라 참고는 했지만 결국 이 문제는 작가가 고민해서 풀어야 될 숙제라고 본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솔루션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총기사용이 의미 없게 되는 과학적 장치를 만들어라,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는 설정이 아니라, 예컨대 전자기장 간섭 등을 통해 조준을 제대로 못하게 만든다든지 오작동을 유발한다든지 그런 방향이다. 2) 윤리적 제약을 두는 설정이 있다. 지금도 전쟁영화를 제외하고는 총격전을 벌이는 영화는 거의 없다. 범죄도시 같은 액션영화도 전쟁은 아니기 때문에 총격전이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는다. 군대가 아니라 경찰 개념으로 가면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다. 3) 총기류가 현재의 방식에서 보다 진화하여 근접전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되면 총기류의 사용이나 난전박투나 동일하기 때문에 클리셰를 이어갈 수 있다. 솔직히 3)은 어떻게 하자는 얘긴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고민 끝에 결국 위의 방식을 버무린 나름의 솔루션을 찾았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공개하는 것은 미공개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기도 하고, 또 조만간 그 솔루션 자체도 다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소설 연재가 시작되면 독자분들이 직접 확인하시면 되겠다.
주인공과 빌런
필자는 그동안 독자로서 무협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과 악적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다. 보통의 무협소설에서 주인공은 어렵고 힘든 처지에서 자란 약자로 시작하여 끝끝내 희대의 악적을 자신의 뛰어난 역량으로 처단하게 된다. 독자들은 그 처단과정에 벌어지는 격투의 짜릿함과 승리의 희열을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여 즐긴다. 즉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관심이 과정에 있다 보니 독자들은 주인공과 빌런의 설정에 대해서는 살짝 무관심하다고 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다양한 소재와 분쟁 에피소드들이 가능했기 때문에 차근차근 나열하면서 시놉시스를 만들어 나가던 중, 문득 좀 허한 느낌이 들었다. 과연 주인공과 빌런은 그냥 이름만 정해 놓으면 되는 건가?
사실 진짜 이름만 정해 놓았다. 우리 편 주인공은 필자가 휴재 중인 카오모스 프리퀄의 주인공 김이찬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것도 고민이 없지는 않았다. 영미권에 출시할 소설인데 주인공 이름을 한국인 김이찬으로 쓸 것인가? 그게 맞나? AI에게 물어보니 나의 소설에서는 김이찬으로 써도 된다는 의견이었다. K-팝의 글로벌 흥행으로 서구권 독자들에게 한국인 이름이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 그대로 쓸 경우에도 크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서구에서는 한국식 이름이 신선함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써도 된다... 나는 당연히 땡큐였다.
그런데 주인공은 한 명이지만, 아군은 한 두 명이 아니라 이 녀석들 이름 하나하나 짓는 것만 해도 정신 못 차릴 지경이었다. 또 글로벌 연재를 염두에 두다 보니 국적별로 적당한 선에서 배분을 해야 되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떠올랐다. 머리가 아프다. 정말.
이렇게 이름 짓느라 정작 주인공의 서사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었다. 주인공은 주제에 맞춰 움직여 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시놉시스를 구체적으로 적다 보니 주인공이 움직이는데 얘가 이 대목에서 왜 이렇게 행동해야 되나 하는 문제가 생겼다. 힘든 각성 과정을 감내해야 되는 이유, 죽을지도 모르는 엄청난 위험을 굳이 감수해야 되는 이유, 실낱같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꼭 답을 찾아야 되는 이유, 그런 게 있어야 주인공의 움직임에 독자들이 납득을 할 텐데.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제 보니 주인공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인공에게 서사가 있어야 했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기만 할 때 이 부분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주인공의 서사는 전면에 나선 것이 아니라 스토리 아래에 잠복해 있었던 게다. 이건 미처 몰랐다. 물론 주인공 서사는 전체 주제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은 프로도이다. 프로도 외에 주변에 더 세고 더 멋지고 더 능력 있는 조연들이 넘쳐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프로도가 주인공인가?
프로도의 서사는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호빗'에서부터 내려오는 시간적 흐름을 타고 있다. 또 반지의 제왕은 약자의 여정을 그린다. 강자의 여정이 아니다, 절대반지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유혹한다. 강자가 지닐 경우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아무 힘없는 프로도가 딱이라는 설정이 여기서 나온다. 이렇듯 아무 생각 없이 봤던 프로도라는 주인공의 이면에 이런 서사들이 숨어있었다. 독자는 이걸 유의하지 않아도 되지만 작가는 이걸 최상급으로 구현해야 된다.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김이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 왜 이 친구인가? 나는 더 많은 설정을 고민했다. 해리포터처럼 부모의 스토리를 만들어볼까? 아니면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어야 되나? 등등 많은 아이디어를 검토한 끝에 이것도 하나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역시 주인공 서사는 전체 주제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것도 아직은 가변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을 내가 인지했다는 점이다. 이것도 모르고 그냥 진행했으면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처참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독자들의 눈높이를 못 맞춘 것이니까 다시 도전하면 된다. 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져서 아예 읽을거리가 되지 않는 것은 처참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함량미달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할 수도 없을뿐더러 작가 스스로가 함량미달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는 그것이 더 문제다.
주인공 서사가 중요한 것만큼 빌런의 서사도 중요했다. 나는 빌런 역시 주인공 서사와 유사한 개념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었다. 악의 처음 모습은 어떠했는지. 처음부터 악이었는지 그런 이야기들이다. 빌런 또한 주인공만큼의 품이 들었다. 역시 이름도 중요하고 서사도 중요했다.
이것들이 촘촘하게 잘 짜여야 소위 '세계관과 설정이 탄탄한...' 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정작 소설가의 능력은 문장 필력이 아니라 이런 기획력에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이번에 좀 하게 되었다. 실제로 소설 기획단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흡사 회사 업무를 보고 있는 듯한.. 뭔가 조사보고서를 쓰거나 마케팅 플랜을 잡는 그런 회사업무들 말이다. 오히려 그런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는 주제구상으로 넘어간다. 이건 주인공과 빌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이지만 전혀 다른 고민이 발생하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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