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전상서
아버지 안녕하세요. 김뚜기입니다.
폭염으로 힘든 가운데, 건강 잘 챙기고 있으신지요.
오랜만에 아버지께 편지를 씁니다. 초등학생 이후로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편지 드리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아버지를 원망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 저는 야구를 잘 몰랐어요.
그저 아버지가 저녁 동안 틀어놓는 스포츠가 야구라는 것 정도만 알았지요.
어떻게 저렇게 매일 하는데 매일 보실까 이 정도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그만 익숙해져 버렸어요. 빨간 옷을 입는 기아 타이거즈 야구에요.
아버지. 저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서울팀을 응원할 수도 있었어요.
서울팀은 지금 1등과 5등을 달리고 있네요.
기아 타이거즈는 6등이에요. 7등이랑 3경기밖에 차이가 안 나요.
몇 년간 가을야구를 하는가 못 하는가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와 직관을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초반에 10점 넘게 차이가 나서 쉽게 이기겠구나 했지요.
심지어 아버지가 파울볼을 잡아 정말 신나게 경기를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기아 타이거즈가 역전을 당했어요. 믿을 수가 없었지요.
이런 패배는 다시없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버지, 점점 패배에 익숙해져 가요. 이기면 짱이고 지면 어느정도 당연한 느낌이에요.
저는 슬펐어요. 저는 이기는 경기를 응원하고 싶었거든요. 저도 가져보고 싶었어요 이기는 팀을.
2021년도 이후 야구를 잘 보지 않았지만 최근엔 타자들이 괜찮다는 소식이 들려와요.
물론 지금도 6등이지만 그래도 테스형과 성범이형 형우형이 괜찮은 모양이에요.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라도 슬쩍 야구를 봐볼까 해요.
지든 이기든 한결같이 기아 경기만 보는 아버지처럼
가을야구를 가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한 경기씩 감상해 볼까 합니다.
팀세탁은 패륜보다 어렵다던데 효도는 못해도 패륜은 안 할게요.
다음에 또 직관 같이 가요. 제발 가을야구 직관이었으면 좋겠는데 아니어도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항상 행운을 빕니다. 사랑합니다.
- 자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