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한다면 나도 독립출판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늦겠다!'
토요일 오전,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서둘러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독립출판> 줌 강의에 들어간다.
분명 처음엔 독립출판을 ‘언젠가 하고 싶은’ 마음으로 들었는데, 끝날 즈음엔 ‘이번에 꼭 해야겠는’ 마음으로 변했다. 이번에 독립출판이나 진을 만들면 밑미에서 진행할 ‘리추얼 진 페스티벌’이나 10월에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교사인 남편은 해마다 자신의 교실일기를 내고, 아이들 시와 글을 모아 책을 7권쯤 만들고 뿌듯해한다. 그리고 그 책을 반 아이들과 아는 선생님들께 나눠 준다. 남편은 나에게도 “여보도 책 만들어.”라고 말했다. 나는 “어, 그래야지.” 말하고는 인디자인도 모르고, 아직 부족하다는 둥의 궁색한 변명을 덧붙였다. 그때마다 한글 프로그램으로도 책을 잘만 만드는 남편은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남편이 자기가 언제 혀를 끌끌 찼냐며 자기가 내준다고 했지! 란다. 나는 속으로 차는 혀도 보이거든!)
전에 남편과 퍼블리셔스 테이블과 독립서점 투어를 하며 ‘나도 이런 거 만들어 보고 싶다’며 이것저것 사 모은 책들이 생각났다. 서랍 깊은 곳에서 다 찢어진 종이봉투를 찾았다. 식탁 위에 꺼내어 펼쳤다.
그때 받아 온 달력 연도를 보니 2019년이다. 와, 4년 전이라니. 충격이다. 재작년 정도일 줄 알았다. ‘이런 거 만들어 보고 싶다’ 생각한 게 4년이나 됐는데 아직 ‘이런 거 만들어 보고 싶다’이다. 10년, 20년이 지나고 죽을 날이 되어서도 ‘이런 거 만들어 보고 싶었다.’라며 눈 감고 싶지는 않다.
혼자서는 평생 독립출판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최선이야?’라고 매 순간 물어볼 나와의 전쟁일 게 뻔하다. 모임의 힘을 믿는다. 같이 독립출판을 하는 모임이라면 나도 한 번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 같은 도전을 하며 어려움에 기꺼이 부딪히고 좌절하겠지만 서로를 기꺼이 응원해 줄 동료들이 생긴다. 더구나 나에게 꼭 필요한 ‘기한’이 있다. 끝이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기회를 잡아보기로 했다. 일단 zine(책등이 없는 얇은 소책자)은 좀 부담 없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롭게 하기보다 내가 이미 그려놨던 만화나 글을 엮어 보려고 한다.
정식으로 내 책을 출판하고 싶은 꿈은 여전히 있다. 그러나 우선 남의 인정보다 나의 인정부터 받아야 할 것 같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말을 나에게 해주며 결국 완성한 내 책을 손에 든 상상을 해본다. 베스트셀러 칸에 내 책이 올려져 있는 상상과 비슷한 감동이다. 벌써 코끝이 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