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1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에 왕 다래끼가 났다. 어제 화장도 못 지우고 잠들어서일까? 맥주 몇 모금 먹어서? 어쨌든 눈을 깜빡일 때마다 여린 통증이 느껴진다. 만지면 작은 돌이 하나 들어있는 것 같다.
-오늘은 미루어 두었던 인터뷰 글을 다 다듬었다. 그냥 쓰는 글보다 다른 사람의 인터뷰 글에 쓰는 글이라 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좀 분량이 많은 것 같아 글자 수 세기를 하며 내용을 많이 줄였다. 편집이 남았는데 하면서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오늘 오전엔 웹툰 강의도 했고, 남편 아이디로 어도비에 로그인해 인디자인도 받았다. 오늘 할 일은 다 한 느낌이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예능을 봤다. 설거지가 끝나고도 계속 봤다.
-아이들이 내 아이패드를 들고 튄 김에 오늘 M의 인스타 글을 보고 M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어야겠다 한 게 생각났다. M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가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고. 한 달에 한 번 언니랑 만나서 책 읽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좋지! 그러자고. 우린 우주의 먼지지만 반짝인다고 말했다. M은 호탕하게 웃었고, 나는 흐뭇했다.
-글을 쓸 수 있는 날과 쓸 수 없는 날을 나 스스로 정해놓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못 쓰는 날이었다. 글을 쓰려면 깊은 나의 내면과 접속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접속선이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너무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방금도 나무가 토끼인형 찾아달래서 찾아주고. 엄마, 아빠는요? 해서 아빠 똥 누러.라고 말했다. 무슨 소리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 채 쓰고 있다. 나는 왜 굳이 지금 이 와중에 쓰고 있는가? 뭔가 쓰고 싶은 게 있었다. 쓰고 싶다는 마음만 남은 유령처럼 쓰고 있다. 나는 나에게 접속할, 풍랑이 없는 잔잔한 고요함을 기다려야 한다. 모르스 부호를 찍으면서.
-단톡방에 공유해 주신 김영하 님의 영상을 이제 보았다. 한 줄만 쓰자고 쓰니 뭐라도 써지는구나. 나도 한 줄만. 한 줄만 써야겠다. 그렇게 문장이 문단이 되고 글이 되는 거겠지. 그럼 나도 수필가가 되는 거겠지. 나는 이름 앞에 에세이스트가 붙는 사람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