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를 맡겼다
책에 들어간 만화 원본 파일은 저세상 간 지 오래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폰트를 교체했다. 제일 노가다 같은 일이라 미루고 미루다 시작했다. 포스트잇으로 넘버링을 했더니 총 20편의 만화 중 폰트를 바꿀 것은 17편(올 손 글씨 만화를 더 많이 그릴 걸하는 생각도 했다). 시작하기 전엔 정말 하기 싫었는데 단순 작업이라 그런지 의외로 재밌었다.
아찔한 것들을 수정해서 인쇄를 맡기고 나니 이제 전에 보이지 않던 디테일한 것들이 보인다. 표지 문구의 간격이라던가. 나만 아는 1, 2mm를 이리저리 옮겨 뽑아서 가제본 위에 또 옷을 여러 번 갈아입혀 봤다. 장인이 따로 없다. 다행히 인쇄 전이라 교체가 가능했다. 퀄리티에 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아쉬움을 없애려 노력한다.
옵셋인쇄소가 많다는 파주의 한 인쇄소에 맡겼다. 월요일에 감리를 보러 가려는데 양평에서 대중교통으로 간다고 말씀드리니 역에 픽업을 와주신다고 한다. 왕복 8시간 예상하였는데 너무 감사하다. 인쇄 견적과 맡기는 과정에서도 느꼈는데 부수가 많지도 않은 쪼렙(?)작가에게 어찌나 그렇게 친절하신지. 이 마음은 분명 책을 만드는 일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인쇄 끝나면 여기 홍보대사가 되리라 마음먹는다.
오늘 운전하며 산과 나무를 보니 y와 m 값이 올라가 있었다. 책 편집을 너무 많이 했나 보다. 추석 전에 책이 나왔으면 했지만 무리였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른 얇은 진 <엄마의 외출>이나 수제 제본하며 기다리자.
-230922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