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내일이 기대가 된다
첫 독립출판 강의 전날, 밤 9시까지 강의 PPT를 열정을 담아 만들었다.(무려 85장이나!)
쌩쌩한 컨디션을 위해 남편과 한약단을 하나씩 먹고 잤는데, 눈을 떠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반이었다.그때부터 머리가 맑고 잠이 죽어라 안 왔다.
계속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강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다거의 6시 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좀비처럼 일어나 남편을 보니 이렇게 말한다.
“어휴, 어제 잠이 안 와서 혼났어.”
좀비가 둘.
‘밤에 한약단을 먹지 말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게 하필 오늘인 게 유감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맘으로 고구마 말랭이를 와구와구 먹고 비타민 B를 삼키고, 비타민 C를 물에 섞어 마신다.
피곤하고 긴장은 되었지만 떨지 않았다. 강의 준비하면서도 느꼈지만 기록을 많이 남겨준 과거의 나에게 고맙다. 책 내기까지 참 긴 여정이었구나. 강의할 때 혹시 버벅거리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삶에 깊이 박힌 이야기는 자동으로 술술 나온다.
강의는 만족스러웠다. 나의 책 초초초초초본인 진도 모두 만들었다. 각자 다른 자신의 이야기.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없다. 강의 초청해 주셨던 선생님이 벌써 강의 문의가 들어왔다고 강사카드 홍보해도 되냐고 하셔서 '저야 감사하죠'라 답했다.
첫 독립출판 강의를 잘 끝낸 선물을 나에게 주기로 한다. 점심으로 맛있는 치즈카츠를 먹고 내가 좋아하는 한의원에 가서 땀을 빼고 뼈를 맞추고 침을 맞고 잠을 푹 잔다. 모두 친절하고 따뜻한 이곳에 가면 나를 돌보는 느낌이 든다.
개운한 머리와 몸. 새파란 하늘을 보며 걷는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땀이 식는다. 아주 기분이 좋다. 집에 가서 글 써야지.
2년 전 무기력, 번아웃이었던 두 아이의 엄마는 내일이 하나도 기대되지 않았다. 내가 무얼 하든 내 삶은 전혀 바뀔 게 없을 것 같았다. 책을 내기 전 책<원씽>을 읽고 문에 붙여 놓은 종이에 이렇게 적혀있다.
<최종의 목표 : “나는 내 책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다.”>
그 목표는 이루어졌다. 나는 이제 내일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