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목표를 이뤘네?
어제는 익숙한 감정이 찾아왔다. 허공에 붕 뜬, 바닥에 디딜 곳이 없는 느낌.
이 기분이 빨리 지나갔으면 싶어서 시간을 펑펑 낭비하고 싶기도, 도망가고 싶기도, 숨고 싶기도 했다.
아이들이 뛰노는 침대 옆, 바닥에 달팽이처럼 웅크려 누웠다. 남편에게 “암모나이트가 되고 싶어…”라고 말했다. 봄이도 내가 우울한 걸 알았는지 자기도 그럴 때가 있었다며 위로해 주었다.
다행인 건 이 감정이 당황스럽지 않았다.
‘어, 이거 내가 아는 감정이야. 그리고 왔다가 다시 가.’
끝이 있다는 걸 아는 괴로움은 견딜만하다.
자고 일어나니 역시, 감정은 태풍처럼 나를 통과해 사라졌다. 새벽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쓰고 말씀묵상을 하고, 책상 앞에 놓인 내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에필로그에 “목표는 키므네의 책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라고 쓰여있었다.
‘어? 목표를 이뤘네?’
책을 내고 나서도 아직은, 부족한, 모자른 기분이었다. 해야할 일이 많고, 축포를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내 책은 세상에 존재한다. 내 손에 들고 읽을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사 주셨고, 많은 책방에 입고 되었다. 난 이미 목표를 이뤘다.
내일은 영풍문고 독립출판 기획전에 놓인 내 책을 보러갈까 한다.
대형 서점 입고는 처음이라 어떤 기분일지 확신할 수 없지만 미리 마음을 먹고 간다.
세상에 존재하는 내 책을 보며 ‘잘했다. 수고했다. 멋지다’라고 나를 충분히 칭찬해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