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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므네 Oct 24. 2024

소설 <진실을, 오로지 진실만을> 리뷰

김봉철 책 5.1권 읽은 사람이 쓰는 내돈내산 진실 리뷰

김봉철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과연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의심하며 번뇌하던 시기였다. 뭐라도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찾아보다가 독립출판 작가 7명의 글을 모아놓은 책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을 읽게 되었다. 그의 글을 막힘없이 술술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기분이 들었다. 다급하게 첫 부분을 찾아 읽고는 생각했다.


‘와, 이 사람 천잰데?’


어느덧 나는 첫 책을 들고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나갔다. 그곳에 김봉철 작가도 나와있어서 반가웠다. 몇 마디 말을 걸었다. <당신의 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에서 작가님 글을 아주 잘 읽었다고. 그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셨던 것 같다. 매대의 책을 둘러보았다. 귀여운 그림의 <실용 노가다백서>가 눈에 띄어 조금 넘겨 읽다가 궁금해졌다. 그럼, 지금도 노가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네, 오늘도 하고 왔어요. 와! 진짜요?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실용 노가다백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을 달라고 했다. 그는 꼭 안 사셔도 되는데……라고 말했지만 나는 작가님 책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 첫날, 표지가 조금 쎄서 부끄럽긴 하지만 그의 첫 작품이 궁금해서 지하철에서 펴 들었다. 그리고 경의중앙선 1시간 38분 동안 다 읽어버렸다. 나는 또 다른 의미의 충격을 받았다. 특유의 인터넷 용어 음슴체 때문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본인의 치부와 고통을 적나라하고 섬세하게 쓸 수 있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낸다는 게 나에겐 엄청난 용기처럼 보였다. 난 아직 그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책에 사인을 받고 싶어서 다시 가지고 갔다. 어제 집에 가면서 다 읽었거든요. 이렇게 글로 써내신 게 정말 용기 있으신 것 같아요. 수줍게 사인을 하고 내밀며 그는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며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책에서 타인과의 눈 맞춤이 어렵다는 글을 읽어서 그가 용기를 내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책을 한 권이라면 읽어 본 사람이라면 필연히 그가 궁금해진다. 나는 자연스레 그의 팬이 되었고 그의 책을 하나씩 사서 읽었다. 인터넷에서 그의 SNS와 유튜브도 찾아보았다. 유튜브영상에 기형도 시인의 글을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하며 연신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하던 영상부터 은둔청년들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사실 집에 있는 거 좋다고 당당히 외치고 모두를 잠재우는 영상까지 봤다. 나는 이게 굉장한 성공스토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숨고 싶었던 사람 가운데 가장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독립출판 제작자 모임에 갔을 때 김봉철 작가님을 찾아본 적이 있다. 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역시 없었다. 요새 뭐하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 궁금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몇 달 전 김봉철작가의 SNS를 통해 취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글 쓰라고 압박하려고 출판사에서 입사시킨 걸까? 했는데 무려 건설회사에 관리직으로 취업을 했다고 했다. 방구석에서 스스로 30대 백수 쓰레기라는 자괴감에 빠져있던 청년이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니. 그리고 연이어 첫 소설집을 냈다는 소식까지! 기뻤다.





그의 첫 소설 제목은 <진실을, 오로지 진실만을>

김봉철 작가의 글은 술술 재밌게 읽힌다. 또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첫 장면, 4년 차 출판 편집자 이 새콤 씨가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는 장면부터 이미 빠져들었다. 문장은 발랄하게 지저귀는 새소리 같은데 소설 한 편, 한 편은 거대한 북처럼 묵직한 소리를 전달한다.



누구나 전문분야가 있는데 사람에게 붙은 그림자 같은 그늘, 미묘한 아픔을 그만큼 따뜻하고 섬세하게 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가장 초라한 날의 내 그림자를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난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데 그의 글엔 늘 블랙코미디같은 위트가 있다. 웃음이 나는데 어딘지 씁쓸하고 먹먹한 느낌. 그래도 그의 첫 책과 비교하면 그의 블랙코미디에서 블랙은 줄어들고 코미디의 비중이 훨씬 커진 것이 보인다. 이제 엄청나게 애쓰지 않아도 밝은 글을 쓸 수 있는 그가 아주 반갑다.


그의 첫 번째 소설인 ‘진실을, 오로지 진실만을’이라는 소설은 짧지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진실이라 믿는 그 이야기는 정말 진실인가? 거짓 같은 이야기는 정말 거짓인가? 어떤 진실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진실 같은 거짓이 나을 때도 있다. 진짜 진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 자기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만 믿을 뿐이다. 우린 모두 자기만의 소설적 에세이를 쓰고 있다. 자전적 소설이 말이 된다면 소설적 에세이도 말이 되는 것 아닐까? 우리는 자잘한 거짓을 규명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진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소설이며 가장 긴 챕터인 ‘악귀 일기’는 읽으면서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생각났다.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사건이 한 사람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키는지가 느껴졌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눈빛 하나, 표정 하나, 말 한마디 같은 것이 나에게 주었던 영향을 떠올리게 했다.

독립출판과 콜센터 같은 그의 삶의 경험을 소설 속에 얼마나 잘 녹여내 생생하게 묘사했는지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만 빼면 실제 겪은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허구인지 알 수 없는 이 소설이 나는 오히려 에세이보다 진실처럼 느껴졌다. 진짜 진실을 담으려 노력했던 게 아닐까? 제목대로 가는 것 같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작가의 말까지 읽어야 비로소 이 책을 다 읽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사람들은 내가 진실을 말하면 거짓이라 했고, 거짓을 말하면 진실이라 믿어주곤 했다.

그러면 아예 혼돈을 주자.’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어차피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을 믿는다. 내가 믿고 싶은 진실은,


나는 공사장에서 일하다 작은 꽃과 무지개를 보았던 그의 진실을 믿는다. 공사장의 여성노동자들이 궁금해 인터뷰한 책을 쓰고자 했던 그의 진실을 믿는다. 세상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낮아져서 다른 사람들이 나 같은 불행을 안 느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썼던 그의 진실을 믿는다. 자신이 펴낸 작은 책들을 디딤돌 삼아 세상밖으로 한발 한발 걸어 나왔던 그의 진실을 믿는다. 그리고 절필한다, 마지막 책이다 이런 말은 올해까지만 진실이기를 바란다. 나는 그의 글을 앞으로도 읽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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