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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작가님이 아침에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그리는 ‘컬러 모닝 페이지’를 하고 계시대서 “오! 그거 저도 할래요.”라고 냉큼 말했다. 오늘 첫날인데 제일 자신 없는 수채화 팔레트를 객기로 꺼낸다. 추상으로 그리려고 했는데 자꾸 형태가 생긴다. 어쨌든 아침부터 예쁜 색을 쓰니 기분이 좋다. 내일은 오일파스텔로 그려봐야겠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노란 단풍 들기 시작하던 가을부터 “엄마, 눈 언제 와?”라고 물었다. 어제는 “엄마 오늘 7시에 눈 온대.” 아이들이 예언을 들은 것 같은 눈으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거실 창문 속 까만 마당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리고 시계를 보더니 “7시다!” 외쳤다. 손날을 세워 이마에 대고 거실 창문에 찰싹 붙었다. 봄이가 말했다. “눈이다!” 껌껌한 마당에 비듬같이 작은 눈이 몇 개 보였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 새 장갑과 장화를 신고 나가 방방 뛰고 있다. 딱 눈 오는 날 시골집 똥강아지들이었다. 눈은 금세 커져 마당을 덮었고 아이들이 굴리는 눈도 점점 커졌다. 코와 볼이 뻘겋게 달아오르고 패딩에 눈이 쌓여도 아이들은 행복하다. 봄이는 잠깐 현관에 들어와 동생 나무랑 부딪혔다며 ”엄마, 나 코에 피나? “ 하더니 피가 안 나는 걸 확인하고 또 한참을 나가 놀았다. 어머니는 눈을 보며 내일 눈길 걱정에 벌써 수심이 가득하시지만 나도 아직은 첫눈이 좋다. 내 안에 어린아이가 그래도 반 정도는 있다.
-요즘 방해되는 앱과 도움 되는 앱을 설정해서 방해되는 앱은 시간제한을 하고 쓰기 불편하게 하는 앱을 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데 나는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 원래 유튜브를 방해 앱으로 설정해서 내 하루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며칠이나 유튜브를 아예 보지 않았더니 머리가 맑고, 시간도 많아진 느낌. 아, 내가 정말 도파민에 절여져 있었구나.
컬러 모닝 페이지를 인스타에 스토리로 공유하기로 했는데 인스타는 나에게 시간 삭제 앱이라 무턱대고 들어가면 오늘은 망하는 거다. 방해 앱에 추가하려고 했는데 무료 버전은 딱 하나의 앱만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유튜브를 빼고 인스타그램을 넣었다. 시간은 20분으로 설정하고 인스타그램을 살짝 열었다. 빨리 사진을 넣고 글을 쓰는데, 알림 창에 ‘곧 앱이 닫힙니다. 작업을 마무리하세요.’라고 뜬다. 으악! 마음이 급해서 일단 업로드하고 글을 나중에 넣었다. 그래서 다음 글은 메모 앱에 따로 쓰고 붙여 넣는다.
내가 얼마나 쉽게 자극에 휩쓸리는 사람인지 난 잘 알고 있다. 세상에서 내 삶에 나쁜 것들은 버리고 좋은 것들로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답게 존재하려면 하루를 스스로 돌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