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해요!
여러분은 길을 가다 학창시절 친구를 만나본 적 있나요?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웃음과 눈물이 한데 겹치는 마음일 거예요. 그때의 ‘우리’ 없이는 그때의 ‘나’도 없었을 거란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요.
다정한 풍경 같았던 우리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네가 있기에>의 영문 제목은 <I Am Because We Are>입니다. 아프리카 반투족이 쓰는 단어 ‘우분투(Ubuntu)’에서 가지고 온 표현이에요.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란 뜻이죠.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그려낸 <네가 있기에>는 사실 난민 청소년들의 꿈과 우정을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2019년 11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난민 청소년 교육을 후원하는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와 함께 이 작품을 가지고 전시를 열었어요. 다양한 얼굴들의 각기 다른 표정을 그린 이 작품 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키뮤는 이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난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는 2017년, 애틀랜타 클락스턴에서 시작되었어요. 클락스턴은 ‘난민들의 보금자리’로 유명한 곳인데, 뉴욕타임스는 이곳을 가리켜 “가장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1 제곱 평방마일”이라 칭했답니다.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의 김종대 대표는 이곳의 난민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낯선 세상에 던져진 청소년들’로 보였다고 해요. 난민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그가 그렇게 생각한 걸까요?
분명한 것은 이들이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란 겁니다. 박해를 피해 타국으로까지 온 강제이주의 피해자이자 돌아갈 곳이 없는 실향민이죠. 많은 경우 전쟁이 난민을 낳습니다. 나이지리아 니제르델타 사람들처럼 다국적 기업의 횡포로, 혹은 뉴질랜드 사람들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난민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또, 독립운동을 위해 난민이 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일본 식민 통치 시절,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이 다른 나라로 피신해 가서 독립을 위해 애썼던 것처럼요.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올해 난민의 수가 1억을 넘어섰다고 해요. 무려 남북한을 합한 인구수보다 많은 수예요. 내전이 심각한 시리아의 경우, 10년간 50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1,150만 명의 시리아 국민이 국경 밖으로 피신했습니다.
비영리 공익변호사 단체 어필(APIL)에서 난민을 위한 공익변호사로 일하는 이일 변호사는 “전쟁은 난민을 낳지만, 난민 환대는 평화를 낳는다.”라고 말해요. 역설적이게도,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단 사실을 코로나 사태로 더 분명히 깨닫게 된 지금, 우리는 공존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봐야 합니다.
갈 길은 아직 멀어요. 우리나라는 2011년 12월 29일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발의하고 2013년부터 법을 시행했지만, 법에서 정한 난민의 정의에 따라 전쟁으로 인한 난민은 인정하지 않고 있거든요. 1994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에 접수된 난민 신청은 7만 건. 그중 난민으로 인정된 비율은 0.4%입니다. 독일의 난민 인정률 35%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죠. 실제 난민 인구수는? 독일은 백만 명, 우리나라는 천 명이라고 하네요.
매 순간 혐오와 공존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난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장기적 생존을 위한 일상의 회복이죠. 물론 낯선 이들을 받아들인다는 건 무척 힘든 일일 겁니다. 하지만 난민들의 삶이 우리와 닿아있음을 인식한다면, 그리고 800만 명의 한인 동포가 구한말 이래 전 세계 180여 개 나라로 퍼져나갔음을 기억한다면, 그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보태주는 게 조금은 더 쉽게 느껴질 거예요.
한국으로 귀화한, 시리아 난민 구호단체 ‘헬프시리아’의 사무국장 압둘 와합은 지난 4월에 열린 ‘유엔난민기구 온라인 영화제 개막식’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1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종종 ‘난 한국인인가, 시리아인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이제는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과 친구들이 내 소속이다’라는 답을 찾았다.”
난민. 아직은 어려운 단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우리’가 존재해야 ‘내’가 있다는 걸 알기에, 환대가 낳을 평화를 함께 상상하고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I am, because We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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