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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행이 제일인 줄 알았다

방콕 장기 여행 중 절친들과 함께 보낸 3박 5일간의 이야기

by 김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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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소 고집스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평소에도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굳이 원인을 따져보자면 과도할 만큼 이타적인 부모님의 성향과 장녀라는 나의 위치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혹자는 나의 우유부단함에 대해 '실패를 상대편에게 전가해버리는 나쁜 행동'이라고 평가했지만 나는 단지 나의 결정이 상대에게 불쾌함 또는 불편함을 주진 않을까 두려운 것뿐이다. 아마도 나는 이러한 오해에서 벗어나고자 2012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혼행(혼자 여행)'을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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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을 함께 공유할 이가 없어 종종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혼행은 어떤 목표나 성과를 낼 필요가 없이 홀가분해서 좋다. 이미 그 과정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혼행을 하다 보면 우연한 기회에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데 그들의 배려, 친절함, 미소, 목소리, 습관 등은 나의 또 다른 여행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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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는 외롭고 때로 적막하다. 다행히 무료함이 절정에 달했던 방콕 장기 여행의 중반쯤 내게도 동지가 생겼다. 나의 절친들이 방콕에 온 것이다. 친구들이 여행 일정을 내게 완전히 맡긴 터라 나는 그들의 평소 취향을 고려해 일정을 짰다. 새벽사원을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식당, 카페 등이 주 목적지였는데 이미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이었지만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행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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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밤, 우리는 호텔 방에서 과일과 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화려한 조명도 멋진 바텐더도 없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를 빛내주었고 그간의 수고를 위로했다. 가이드로써 꽤 괜찮은 여행을 주도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들을 통해 '나'라는 세상이 얼마나 멋지고 단단한 지를 새삼 깨달았다. 혼행의 불완전함을 채워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비좁은 공간에 셋이라 불편했지만 달콤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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