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례 Jun 04. 2019

타인의 결혼 생활에서 나를 돌아본다는 것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독후감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1997)’는 단조롭지만 썩 심심하지만은 않은 그의 신혼 일상을 담고 있다. 누군가의 결혼 후 단상이 궁금해서라기보다 그저 제목에 시선이 쏠렸을 뿐이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나의 삶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것이기에 내게 강제적으로 부여된 위치, 도리, 책임에 대해 부담스럽고 타당하지 않다고 느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애초에 스스로를 향한 다짐은 물론 -던져진 존재라는 것에 대해 나와 다를 바 없는-타인과의 약속을 기대하거나 받아들일 계획 같은 건 없었다. 모두 허황된 꿈같아서.


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에 스스로 뛰어들어 혼자에서 둘이된,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도 결국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그럼에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단순한 이유로 다시 그 길을 완주하기를 그치지 않는 그의 결혼 일상을 마주하며 나는 바다, 하늘, 나무, 숲, 강 같은 걸 떠올렸다.


약속, 기대, 꿈을 담고 있는 ‘미래’라는 단어가 내 속 안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끊임없이 나아가는 건, 힘을 얻게 되는 건 굉장히 단순한 모습으로 오래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무언가 덕분이 아닐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절친이 생각나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