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생이자 작가였던 그를 추모하며
2009년, 사랑하는 두 친구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겨우 마음 잡고 대학 면접을 보러 갔던 때, 내 뒷 번호 남자애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건넸다. 떨리지 않냐고. 그렇게 몇 마디 나눴고 그게 끝일 줄 알았다. 그 전형은 한 명만 뽑는 거였고 내가 붙었으니까.
그런데 오티 때던가.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걸었다. 그 아이였다. 맑게 웃으며 자기는 수원 화성에서 왔다고 말했던 그 애. 너무 놀라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수시 면접에서 탈락하고 정시로 들어왔단다. 그러면서 학교를 다니는 내내 나만 보면 말했다. “누나, 내가 날린 전형료 돌려줘요. 혼자 붙어놓고는.”
그리고 몇 년이 흘러 그 아이는 사진을 찍고 다녔다. 그 따스한 프레임이 너무 좋아서 아빠 생신 기념으로 우리 가족 스냅사진을 부탁했다.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이라 미안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선유도 구석구석에서 수고해준 그 아이 덕분에 우리 가족은 또 하나의 귀한 추억을 담을 수 있었다.
그게 이 땅에서는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사랑하는 지수야. 훗날 천국에서 만나자. 그땐 내가 너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할게. 나도 왔다고.”
2019년 5월 3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인양 및 사고 수습이 잘 진행되어 실종자 분들도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전심으로 바랍니다. 또한 감히 유가족 분들게도 위로가 있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