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4CU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례 May 10. 2020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셀프 스튜디오에서 나의 서른셋을 담다 

나는 인물사진을 잘 찍는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고 피사체에 대한 애정도가 사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름 사진 보는 눈썰미가 있다 보니 남들이 내 사진을 찍어줄 때 만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실망스럽진 않다. 나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진은 엄연히 예술의 영역이니까. 그리고 사진은 모델이 관건이다. 


그런데 서른셋이 되고 보니 하루하루가 귀해졌다. 흘러간 과거야 어쩔 수 없다만 오늘이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임엔 틀림이 없다. 그래서 나를 담아보기로 했다. 매일 나의 지인들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기 바빴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찾은 방법은 셀프 스튜디오. SNS에서 자주 봤지만 '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스스로 이곳을 찾다니. 역시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인생. 어쨌든 스튜디오에는 대부분이 커플, 친구사이여서 조금은 머쓱했는데 사장님께서 '혼자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기계치라 살짝 긴장했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없었다. 조명기, 카메라, 모니터 모두 세팅돼있고 수시로 자신의 모습을 체크할 수 있는 거울도 있다. 그리고 튼튼한 커튼까지 있으니 이제 마음껏 나를 담아볼 차례! 주어진 시간은 20분이고 나름 최선을 다해 이 모습 저 모습 찍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 늘 상대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에만 익숙했는데 이렇게 찍고 보니 나도 예쁘다. 왜 지난 33년간 나는 나의 아름다움에 대해 한 번도 주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그냥 단점을 찾기에만 바빴던 것 같다. 남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탓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다페스트를 몹시도 사랑했던 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