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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Jul 05. 2020

직장인에게 취미란

폴댄스를 시작한지 4년째입니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새로운 콘텐츠를 구상하고 난 후라 몸은 뻣뻣했고 에어컨 바람이 꽤 셌던 지 괜히 몸도 으슬거렸다. 하지만 굳이 다른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은 만원 버스에 몸을 싣고 학원에 도착했다. 매번 놀라운 건 운동이 끝나고 나면 이전의 피곤함이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 무게가 다음날 아침에 나를 짓눌러 오는 바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실내에서 하는 운동에는 몇 가지 제약이 생겼다. 수업 중 마스크 착용은 필수고 덕분에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기 일쑤다. 마스크를 끼고 운동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답답해서 잠시 쉬기도 했지만 어느새 스튜디오에 제 발로 찾아가 늘 그 시간에 만나는 회원들과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폴댄스를 취미 삼은 지도 벌써 4년째다. 처음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일상이 됐다. 달라진 게 있다면 폴 위에 몇 번만 올라도 금방 털썩 주저앉고 예전만큼 살도 잘 빠지진 않는다. 웬만한 움직임에는 체중에 변화가 크지 않다는 건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한 목적과 크게 엇나가지만 멈출 수 없는  아직 배울 기술이 한참 더 많이 남았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취미 부자'라는 말이 유행이다. 사람들은 삶에 즐거움을 주는 어떤 일을 갖기 위해 또는 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취미를 위해 돈을 쓰고, 시간을 내고, 체력적인 소비까지 감당한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말이다. 분명한 건 취미는 나의 감각을 반영한다. 누군가의 판단이나 평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롯이 자기 취향에 따라 선택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느낀다.



폴댄스가 취미라고 하면 사람들의 눈이 반짝인다. 그 눈빛이 인지되면 나는 신이 나서 내 취미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아진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럴 때 보면 취미는 서서히 나 자신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심지어 그렇게 떠들고 나면 자부심까지 생기니 이런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샘솟는 걸까.



취미. 꼭 가져야 할 필요는 없지만 한 번 내 인생에 들어온 순간 집착하게 되는 것. 퇴근 후  집에 가서 두 다리나 뻗고 싶지만 그 마음을 꾹 눌러버리는 것. 쭉쭉 빠져나가는 통장 잔고를 보면 한숨짓게 만들면서도 이것마저 없으면 내 삶에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싶어 오히려 애틋해지는 오묘한 관계. 미친 듯이 좋았다가도 진절머리가 나지만 그리워질 틈도 없이 다시 해내고야 마는 걸 보면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친구인 건 분명하다.


앞으로도 계속 폴댄스라는 취미를 이어가려면 건강해야 한다. 어깨가 아프지 않도록 체중 조절도 해야 하고 돈도 열심히 벌어야 하고 권태기가 올 때마다 또 잘 이겨내야겠지. 삶의 패턴을 장악할 정도라면 취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때다. 그저 즐거움이라기엔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어쩌면 내가 취미의 중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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