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만 보고 찾아간 권혁수 식당 후기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운영한다는 식당에 그가 정말 있을까' 하는 굉장히 사소하고 근본 없는 궁금증은. 하지만 줄 서서 먹는 맛집은 사절인 데다가 이미 모 유명 연예인이 운영한다는 카페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며 궁금증은 궁금한 상태 그대로 놔두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팔로잉하고 있는 한 연예인의 새로운 피드를 보고 '일단 가보자'는 모험심이 발동했다. 그렇게 나는 갑작스럽게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근무가 끝나자마자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로 향했다.
가로수길 초입 정반대 편, 현대고 입구 또는 압구정역과 훨씬 가까운 곳에 위치한 '525 신사'는 배우 권혁수가 한 달 전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외관부터 새하얀 게 눈에 톡 튀었다. 발렛을 맡기고 커피를 마시며 업무를 보고 있는, 친구와 대화 중인 어느 여유로운 풍경에 나도 안착했다.
생각보다 내부가 꽤 넓었다. 탁 트인 직사각형 홀에 저 멀리 카운터와 주방이 보이는 공간. 이글루처럼 자리 잡은 화덕이 눈길을 끈다. 연노란색, 에메랄드색 타일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테이블이 크고 넓고 테이블 간격도 넓어서 첫인상부터 무척 안정적이었다.
감각적인 소품들을 멋지게 배치해 냈다. 배우 권혁수 안에 자리 잡고 있던 소녀감성이 폭발한 듯, 팬과 스타의 죽이 척척 맞는다. 우리 아빠는 인테리어가 전공이고 나는 인테리어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지만 '타일'하면 '욕실'이라고 단정했던 편견도 깨지는 순간이다.
프라이빗한 룸도 따로 갖추고 있다 7~8명 정도는 넉넉하게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 친구들과 좋은 날 한잔하며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 공간이었다.
메뉴판을 받고 놀랐다. 브런치, 스테이크, 파스타, 리소토, 샐러드부터 커피, 차 등 각종 음료까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밥만 파는 곳이면 제아무리 공간이 예뻐도 커피 한잔 마시러 가기는 눈치 보이고, 또 밥부터 디저트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은 찾아다니는 하이에나는 레스토랑, 카페, 브런치 카페 몫까지 다 해내겠다는 포부가 무척 맘에 들어 고개를 연신 끄덕여댔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으니 내 맘대로 주문하는 찬스. 피자는 프로슈토 피자, 샐러드는 시저 샐러드, 리소토는 내가 좋아하는 버섯이 들어있는 것으로 주문했다. 샐러드는 뭐, 원래 다 맛있고 버섯 리소토에는 버섯 반, 밥 반이라 깜짝 놀랐다. 말캉말캉 씹을 때마다 풍부한 맛이 혀를 적신다. 화덕피자는 말할 것도 없다. 화덕이 다했다. 신선한 루꼴라를 야금야금 씹어 먹다가 피자 끝부분은 시저 샐러드를 올려 마저 쫀득한 식감을 즐긴다.
식사를 다 마치고 자연스럽게 커피 주문으로 이어졌다. 솔직히 레스토랑에서 내어주는 음료에 별 기대감은 없었지만 아인슈페너 위에 올라간 크림을 입안 가득 품고 있다가 '여기 진짜다' 싶어 진다. 이날 디저트는 초코 슈크림이었는데 '이날'이라고 표현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나중에 직접 배우 권혁수 님과 대화를 통해 알게 됐지만 그날그날 그의 취향에 따라 디저트가 바뀐다고 한다. 썩 억울할 것은 없다. 나는 먹 대장 그의 감을 믿는다.
배도 불렀겠다 미리 찜해둔 자리에서 친구에게 사진을 요청한다.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확인하며 '역시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도를 반영하는군' 감탄하던 찰나, 그가 왔다. 권혁수 식당에 권혁수가 있는, 연예인 식당에 연예인이 있는 광경을 드디어 목격한 것이다.
조심스럽게 사진 요청을 했는데 흔쾌히 포즈까지 취해주신다. '행복은 체중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단추 풀고 제대로 먹방 찍게 만드는 문구가 무척 맘에 든다고 말했더니 그가 한마디 덧붙인다. "사실 행복은 체중 순이 맞긴 하죠." 아 역시 나의 먹 대장! 언젠가 화덕에 호박고구마, 옥수수 잔뜩 구워 팬들과 먹고 싶다는 포부까지 밝힌다. 깜짝 이벤트 같았던 날, 연예인 식당에 연예인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