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혼자 등산을 합니다

초보 등산러의 산에 대한 고찰

by 김유례
KakaoTalk_20190815_185802949_02.jpg 청계산에서 바라본 전경

최근 나는 등산에 푹 빠졌다. 다이어트 겸 무료한 토요일을 달래기 위해 혼자서 무작정 동네 근처 산을 탄 게 그 시작이었다. 원래 뭐든 처음 시작할 땐 겁이 없는 스타일이라 초반 몇 번은 소풍 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떠날 수 있었다. 내일 일을 걱정해야 했던 일상과 달리 산에서는 잊고 있던 옛 추억이 자주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려서부터 정글짐, 철봉 등 오르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언제부터 그런 취미가 사라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오를 때의 쾌감을 다시 알게 돼 감격스러울 뿐.


하지만 나의 혼등(혼자 등산)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을 것 없이 훌쩍 떠날 수 있고 온전히 내 속도에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혼등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른 새벽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가는 내 뒤로 우리 부모님이 짓는 한숨이나 산을 타면서 만난 어르신들의 걱정은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덕분에 나는 산을 탈 때마다 '혼자 등산을 할 때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산신령의 셋째 아들이 아직 장가를 못 갔다'는 시답지 않은(곱씹어보면 무서운) 농담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일어날 법한 문제들도 있었다. 가령 멧돼지 출몰이라든지, 다쳤을 때 응급 구조가 재빠르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 등등.


혹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체득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고요한 산길에 앞, 뒤로 아무도 사람이 없을 때, 더구나 등산로가 갖춰져 있지 않는 코스를 오를 땐 길을 잃은 것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누군가의 부재는 결국 나를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만들었다. 때문에 등산을 하다가 누구라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매일 출퇴근길에 사람들에게 치이며 작은 분노를 종종 느꼈던 터라 문득 ‘산은 사람이 좋아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스스로도 어색했다.

KakaoTalk_20190815_185802949_05.jpg 도봉산 자운봉의 모습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꼭 불안과 공포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면 자연 그 상태가 주는 위압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도봉산에 오르던 날, 전날 비가 많이 내려 정상에 다다르니 온통 물안개뿐이었다. 바람이 조금 걷히고 나니 비로소 자운봉의 위엄이 느껴졌다. 정상을 코 앞에 두고도 그 웅장함에 다리가 떨려 한참을 쉬었다 올라야 했다. 두려움의 크기는 컸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무척 경이로웠다.


북한산에 오르던 날 어떤 아저씨는 내게 뿌리내리는데 5년이 걸린다는 나무 이야기를 해주셨다. 옆에 있던 아내 분은 "아가씨에게 재미없는 이야기만 해준다"며 난감해하셨지만 나는 산을 내려온 이후로도 자주 이름도 모르는 어떤 나무를 상상했다. 흙속 깊이 얼굴을 묻은 뿌리는 무럭무럭 자라 깊이 자리를 잡고 나무를 이룬다. 보이지 않는 것이 이뤄내는 절경이 곧 산이었다.


사람들은 언젠가 내려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올라간다. 누군가가 등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초반에 산에 오를 때, 호흡이 불안정해서 시작부터 숨이 턱턱 막힐 때는 나 또한 등산을 시작한 나의 의지나 기대를 저버리고 싶었다. 되돌아갈까 고민하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끝내 완등을 하고 나면 내 마음속에 초반의 불신은 사라지고 산과 삶이 참 많이 닮았다는 깨달음만 남았다.


등산을 할 때는 오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내려갈 때도 올라올 때만큼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가는 내려가는 길에 다치기 십상이다. 곧 서른셋을 앞두고 내 마음이 쉬이 지치고 피곤했던 것은 언제까지나 활기와 생기가 넘칠 것이라 착각했기 때문일 것이라. 삶에도 언젠가 내려갈 때가 있다는 것을, 그 뒷모습조차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산을 통해 배웠다.


또 하나, 등산을 하면서 얻은 것은 '나 혼자 사는 삶'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을 향한 다짐이다.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등을 내어주는 바위에게서,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준 나무에게서, 산 중간중간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에게서, 더운 땀을 식혀주는 산바람에게서 그러하라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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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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