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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Jul 27. 2017

갇힐 수 없는 방

고독사 뉴스를 접하고 쓴 글

무더위가 막 시작되던 6월, 사내가 죽었다. 고독사라고 했다. 어머니가 요양원으로 떠난 이후 줄곧 혼자였다는 40대 남성은 숨진 지 보름 만에 그의 방에서 발견됐다. 신음소리 대신 부패된 냄새가 꽁꽁 잠겨있던 그의 방문을 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50대 남성이, 60대 기초수급자가 그와 동일한 죽음을 맞이했다. 같은 달에 연이어 일어난 비참한 사고였다.    




이제는 겨우 잠만 자는 곳이 됐지만 처음 내 방이 생겼던 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중학교 3학년 사춘기 소녀는 제일 먼저 좋아하는 스타의 사진이 담긴 브로마이드를 방에 붙였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 거울 앞에서 춤을 췄고 망가진 표정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혹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날엔 그 안에서 마음껏 울었다.    




비슷한 이유로 사람들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방콕’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곳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독립됨이 삶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방문이 열리고 닫힐 때 방은 존재의 타당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쩐지 우리는 사춘기 아이의 방을 닮았다. 문을 걸어 잠갔다. 어쩌다 마주친 눈빛엔 정이 없다. 대화가 없다.    




의식주에서 알 수 있듯 일정한 공간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다. 그러나 너무 이 기본에만 취해있는 건 아닌지. 간혹 감옥, 승강기, 골방 또는 폭설 따위에 사람이 갇히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둘 필요가 없다. 방문을 열면 슬픔은 나눠지고 기쁨은 배가 된다. 그 소란스러움에 꼭 닫혔던 누군가의 방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외로움이 흔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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