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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Jun 30. 2022

내가 나의 오해 풀기

2022년 상반기 결산 일기

신발에 들어간 작은 돌멩이 하나 툭 하고 털어내면 될 걸 들여다보지도 않고 자꾸 발에 뭐가 걸린다고 잘 가던 걸음을 멈춰선 꼴이었다.


2022년 상반기 동안 나는 소소하지만 몇 가지를 바꾸려 노력했다. 덕분에 노트북에 오래 묵혀두었던 원고가 <똥변상련>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소프트웨어 따라가느라 버거웠던 하드웨어, 내 몸뚱이도 모처럼 편하게 쉴 수 있었다(덕분에 근육을 잃었지만).


그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이성을 만나는 일. 평생 처음으로 발 벗고 나서보았지만, 1월부터 5월까지 만난 10명의 남자 모두 지금은 카톡 차단 명단에 올랐다. 원래 인연이라는 것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긴 하다만 이젠 몸이 열정을 따라가 주질 못해 그저 골골대는 중.


웬만하면 상대에게 맞춰주는 편이라 참다 참다 결국 마음이 곪은 것이 문제였을까 싶었는데 내가 나를 바꾸려 한 게 잘못이었다. 정확히 하자면 ‘바꾸다’라는 뜻을 확대해 해석한 거다. 다 떨어진 배터리 교체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나보다. 나는 나를 갈고 닦고 채우면 되었는데.


1월부터 6월까지 어쩌면 나보다 남들이 나를 더 사랑해준 시간들이었다. 칭찬과 응원과 격려와 애정들이 무색하게 유일하게 나만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가다 서다 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뿐인데 나는 지금 ‘진짜 그런 마음’이 되었다. 설명할 것도 풀어낼 것도 없는 마음.


원래 이시간쯤이면 작고 뾰족한 단어들이 온몸 구석구석을 훑고 다니느라 시끄러운데 마음이 잠잠하니 제습기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린다.


보람이가 그랬다. 걷는 것만으로도 사고력이 향상되고 기분전환도 된다고. 2022 하반기에는 조금  부지런히 걷고 돌멩이가 걸리면 탈탈  털어봐야지. 그리고 다시 걸어야지. 비록 실패로 남더라도 연말에는 내가 무엇을 갈고 닦고 우려 했는지 이야기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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