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결산 일기
"찻잎을 잘 따야 다음 찻잎이 잘 자라거든요."
8월의 초입, 친구와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실 때 팽주가 건넨 말을 메모장에 급하게 적어뒀다. 나는 그때 이번 한 달의 운세를 예견한 것이었을까. 차를 마시듯, 수색을 살피듯 그 말곁에 내내 머물러야 했다.
8월, 틈틈이 '함부로'라는 단어가 태도가 될 때의 파괴력을 지켜봤다. 일단 내가 무너졌고 그런 나와 이어진 어떤 관계들이 소멸 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사방이 고요해진 틈에 외마디 비명을 질러보자면 같은 마음만 살아남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결코 한마음일 수 없었음을 깨닫는다면 아프겠지. 난 이미 분을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 번씩 고였다 빠지는 것이 마음이라면 나는 더 절박하게 나름의 이유로 빈 곳을 메꾸며 채워야 할지 싶다.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은 바람이 제멋대로 나를 부린다. 제 살을 뜯는 격이지만 되돌릴 수 있는 건 없다. 되돌리고픈 마음뿐. 그럴만한 이유가 없이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나는 언제쯤 실천할 수 있을까.
거두지 못한 말, 건넸어야 했을 위로, 마구 힘주어 뜯어낸 일들이 마른 찻잎처럼 몹시도 부스럭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