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결산 일기
난소 나이 검사
뜬금없이 간절한 마음으로 난소 나이 검사(AMH검사)를 받았다. 늦은 밤 모 연예인이 받는 걸 보고 덜컥 겁이 나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갔는데 결과가 나오는 약 3일간을 거의 신경증 환자처럼 지냈다.
당장 임신이 급한 남자를 찾고 싶다가 그게 전부는 아닌데 싶다가 난자 냉동을 생각했다가 이 모두 소용없어질 때를 상상하면 입맛이 뚝.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오히려 나이보다 젊은 수치가 적힌 종이를 받았지만 이게 일 년 뒤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또다시 풀이 꺾여 입맛이 더 뚝. 덕분에 식사량이 반으로 줄고 살이 좀 빠졌다. 마냥 신나게 놀 나이가 아니라는 큰 가르침을 받으려 이 먼 길을 돌아왔나 보다.
짤의 저주
짤을 정말 많이 보면서도 짤이 너무 싫다. 특히 내가 전체를 본 영상의 짤이 본래 맥락과 무관하게, 또는 특정 부분이 집요하게 어필될 때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부분은 전체가 아닌데 부분이 전체가 되어 아예 다른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짤 만큼 재밌는 게 없고, 전달하기에도 용이하다. 싫은 일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하면 너무 변태 같으려나.
디지털 홀더
핸드폰 앨범에서 2000장의 사진을 삭제. 대부분 정보성 기사를 캡처해 둔 것으로 영어, 경제, 살림 꿀 팁 등에 관한 내용이었다. 읽지도 않으면서 쥐고 있으면 내 것이 되는 양 쌓아올린 파일 때문에 핸드폰이 느려지는 걸 내버려두고 있었다니. 디지털 홀더의 삶을 청산하고자 캡처하지 않고 그 즉시 읽기를 시작했다. 종종 간사한 캡쳐 욕구란 놈이 머리보다 빠르게 손으로 뻗어가곤 하지만 읽고 보고 생각하는 수고 후에야 손톱만큼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걸 우리 유례 두 손이 꼭 알았으면.
단견
단견의 멍청함을 바라보며 너무 극과 극을 오가는 나의 예민함을 반성했다. 깊이 생각해 본 게 아니라면 뱉질 말아야지. 내 인생의 단이란 단신 하나로 만족해야지.
파친코
파친코 미친코 너무 재밌다. 작가님이 한편의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30년이 걸렸다는데 노후라는 게 결국 오늘 하루하루 적금하는 태도에 달린 게 아닐까 싶다. 깊이 바라보고 오래 생각하고 차근차근, 손톱 끝으로 벼랑 끝을 간신히 붙드는 심정으로 나도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