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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Feb 28. 2023

찰나의 공허를 목숨같이

2월 결산 일기

경계를 둘 것 없이 눈에 띄지 않는 ‘포우즈’가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연기를 할 때도 솟구치려는 감정보다 한 발 앞선 쉼이 감히 내가 전하려는 무언가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도 직접 소리 내며 읽기를 수 번씩 반복했다.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보다 쉼의 구간들이 내겐 더 중요했기에. 되도록 짧게, 그래서 헤매지 않도록. 운율마저 느껴지도록.


나는 이토록 찰나의 공허를 갈망하면서도 2월 내내 급급하고 초조했다. 뇌와 돈과 사랑과 AI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나에 대해선 단 한 줄 쓰기도 어려웠다. 머물거나 버틸 수 없어서 다정함도 흩날리다가 결국 정처를 잃었다.


“서로 다른 거지 누구도 잘못한 건 아니야.”

반짝하고 살아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생이라면 좋으련만 켜켜이 쌓이며 때론 허락 없이 떠나기도 한다니 강렬한 무언가를 꿈꾸기보단 부디 오래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해야 한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무게들이 떨어져 나간 살점처럼 아프게 마음을 파고든다.


뭐든 간편하게,라고 편두통이 말하고 그렇다고 경우가 없진 않았으면, 이라고 그나마 붙잡아둔 마음이 마음을 붙든다. 단절하고 싶다 말할 뿐 분리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아주 조금은 짠해지는 2월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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