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m Uye May 31. 2023

모호함은 공포지만 덜 닫힌 채로 두는 마음

5월 결산 일기

천사 같은 주하 언니가 5월의 모든 아침에 안부톡을 보내주었다. 정말 매일. 하루 거를 만도한 일이라 사랑이라고 밖에 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누구도 나를 외롭게 하지 않았다. 내가 나만 쏙 빼놨을 뿐.


거의 다 닫힌 백팩을 가만 바라보다가 닫혔지만 닫힌 건 아닌 것들을 떠올렸다. 영영 이 상태로 머무를까 두려웠다. 통증은 명확하지만 모호함은 공포니까. 다행히 생각지 못했던 인생의 유익들이 여전히 남겨져있다는 걸 종종 발견하는 중이라 무기력함을 꽤 간단히 벗어날 수 있었다.


마음은 허벅지 바깥 근육이었다. 제대로 걷고 쓸 줄 몰라서 바깥쪽에만 실컷 힘을 줘 쓸데없이 크기만 비대해졌다. 대신 안쪽 근육엔 힘이 없어 곧잘 덜덜덜. 그런데도 쓴 데 또 쓰고 결국 모든 균형을 잃어. 그리고 바깥 근육을 풀어줄 생각 같은 건 한 적이 없다. 여태.


받아들임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는데 거기까진 역량이 닿지 않아 넘어가면 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체력도 나의 인내심도 바닥을 뚫었던 5월. 누군가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게 내 몫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실컷 고생해야 깨닫는 내가 가여워 부디 이렇게 지나가길 바라지만 진짜 말 뭐 같이 하는 건 진짜 정말 죽도록 싫다. 5월의 마지막에도 풀지 못한 마음. 곧잘 잊힐테니 일단 그냥 둔다. 거의 닫힌 채로.


매거진의 이전글 잃고도 얻는 것, 얻고도 잃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