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결산 일기
외할아버지, 엄마, 나까지 우리 3대는 요즘 요가로 세대 통합 중이다. 셋 중 가장 어린 나는 깊은 내면까지 마주하겠다며 이상을 외쳤지만, 뭍의 네발 물고기가 되어 허공만 쉴 새 없이 가르고 있다고 한다.
키보다 조금 길고 누우면 팔이 삐죽 나오고야 마는 매트 위에 매일 아주 다양한 것들이 오르내리는데 기본적으론 외면하고 싶은 나, 무너지기 직전의 나, 이제는 잊고 싶은 나 등등! 있는 그대로 내가 올라서 있다.
그리고 등을 펴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조금씩이라도 들어 올려보려는 노력의 모양새가 있다. 또한 하염없이 흔들리는 불안한 사지가 있고 이 모습이 불편하면서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도 있다.
끝내 마무리를 알리는 사바사나(송장자세)의 시간이 오면 찌질하고 무딘 나는 사라지고 한 덩이의 숨만 매트에 남는다. 작고 강하게 온몸을 지배하고야 마는 것. 내가 사실은 생명의 신비 그 자체임에 감격스러워지는 순간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위해 책과 영상을 뒤졌고, 실천하는 일 말고는 나조차 나를 바꿀 수 없다는 깨달음에 닿기 위해 끊임없이 실망했다.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건 ‘살고자하는 마음’이라고 다짐하며 섭섭하고 서럽고 억울한 날들을 놓아주는 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