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에 끄적여보는 따스한 마음
꽤 멋진 공간에서 책 읽는 시간을 기대하며 찾아온 동네. 그러나 인파로 가득한 거리에 놀라 결국 전 남자친구와 두어 번 방문했던 핸드드립 카페에 발을 들였다.
두고두고 여러 번 읽는 책 중 하나인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을 읽는데 좁은 공간에 함께이다 보니 눈은 책에 두고 귀는 옆 테이블 가족의 대화 쪽으로 열어두었다.
편견 없이 자유로운 질문, 꾸미지 않은 대답, 친절한 설명, 끊임이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화를 들으며 자기애가 충분한 사람들의 말투와 어투란 이러하다 싶어 동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깨진 아스팔트 사이를 비집고 나온 잡초만 보면 카메라를 들었던 건 안타까움이나 기특함의 의미가 아니라 부러운 마음이 우러나온 것이라는 것도 문득 깨닫는다.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쓴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다. 생각할 수 있고 그것을 문자로 구현한다. 수려한 글은 쓸 줄 몰라도 그냥 그 행위 자체로 흘러가는 시간을 사랑하고 묶어두려 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왜 삶은 고통이라 생각했을까. 삶을 둘러싼 것들이 고통스러울 뿐. 삶 자체는 그렇지 않다는 이 마음을 두고두고 어루만지고 싶다. 물론 그 얇디얇은 유리 같은 것이 언제고 부서지고 다시 지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땐 저쪽에 앉았고 지금은 이쪽에 앉았다. 오랜만에 커피 한 잔을 한 모금씩 마셨다. 심지어 커피가 식었다. 요즘 어딜 가든 앉자마자 여자친구 마음 몰라주는 남자친구처럼 원샷부터 때리는 날 본 이들은 꽤 놀랄지도. 이 겨울이 그렇게 무섭다. 그래도 한 잔이나 바랄 것 없이 한 입이면 충분한 행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