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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례 Aug 22. 2017

독서의 즐거움에 대하여

독서가 어려운 이들에게 전하는 독서매니아의 독서팁

최근 지인들에게 책을 추천해달라는 자주 질문을 받는다. 또는 특정 작가의 책을 읽고난 후 감상평을 나와 공유하고 싶어하는 이도 있다. 처음에는 내가 재밌게 읽은 책 리스트를 뽑아 전달하며, 책에 대한 감상평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뿌듯함까지 들었지만 어느 순간 뭔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느껴졌다.


'뭐야,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아니면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니면 알랭드 보통의 책만 읽고 있었던거야?'


사실 내가 지금까지 특정 작가의 책만 읽어왔다는 게 놀라웠던 건 아니다. 특정 작가의 책만 주로 읽으면서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책을 읽은 것처럼 호들갑을 떤 나의 가식때문이었다. 마치 자신이 가본 맛집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어느 꼰대의 기조가 내게서 느껴졌달까. 



꼰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아닌 척 하고싶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운 꼰대다. 나는 몇가지 기준을 두고 주로 타인을 평가하는데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타인들에 내가 가진 몇가지 기준(사용설명서같은?을 똑똑한 척 나열해대며 "나는 이런 인간이야"라고 자랑하거나 포장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그 기준을 신경쓰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오히려 내가 나를 제한하는 꼴이 됐다.


다행히 나는 특정 작가 책 읽기를 중단했다. 그냥 손에 집히는대로 독서를 시작했다. 그리고 두가지를 깨달았다. 첫번째는 '이렇게 좋은 책이 있었다니'이고 두번째는 '아 나는 이 작가랑도 참 잘 맞는다'정도. 쉽게 말하자면 매일 고기만 먹던 육식주의자가 우연히 또는 억지로 채식을 맛봤는데 '아니 세상에나 이렇게 나 맛있는 음식들이 있었다니! '하는 심정인거다. 새로운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가진 선입견이 오히려 나의 발전을 저지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읽다보니 훌륭한 작가가, 책이 너무 많다. 내 입맛이 고기에 최적화 돼 있다는 건 내가 나를 너무 몰라봤던 게다. 나는 고기 못지 않게 깻잎, 치커리, 파프리카, 브로컬리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아닌 그 둘다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큼 튼튼한 치아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내가 단지 지금까지 그 맛밖에 못봤을 뿐이다. 나는 그게 내 입맛과 취향의 전부인 줄 착각했을 뿐이고. 



서론이 길었다. 나의 독서 팁을 공유하자면


1.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는 단계라면 지인찬스를 써보자

시집을 읽고 싶다면 평소 시집을 즐기는 이에게, 산문집이 읽고 싶다면 산문집을 즐기는 이에게 찾아가는 것이 좋다. 그들이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그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왔다면 적어도 읽기 좋은 책 한권 정도는 알고 있을테니까. 나도 이런 방식으로 좋은 책을 여러권 접할 수 있었다. 나의 성향이나 성격을 잘 아는 이가 독서인이라면 당신은 이미 엄청난 행운아다



2.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자

나는 따로 시간을 내서 독서하는 편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멍을 때리며 뇌가 쉬는 시간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대중교통 이용시 스마트 폰에 몰두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읽기가 썩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기기보다 눈의 피로감도 덜하고 SNS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본인은 너무 바쁜 주에는 출퇴근 시간만을 활용해 일주일에 한 권정도를 읽기도 한다.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워낙 짧다보니 더 감질맛이난다. 어서 뒷이야기를 읽고 싶어 출근길이, 퇴근길이 기다려 질 때도 잦다.



3. 시간별, 상황별, 공간별로 책 나눠 읽기 신공을 발휘해보자

읽다보면 읽는 책이 3~4권 될 때가 있는데 대부분 이런 경우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미없다
                                  -책을 들고 다니기가 너무 무겁다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다.


이럴 때 나는 시간별, 상황별, 공간별로 책을 따로 읽는다. 예를들면 출퇴근할 땐 A를, 점심 먹고나서는 B를, 자기 전엔 C를 읽는 방식이다. 이게 무슨 정신사나운 일이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나는 꽤 만족하는 독서스타일이다. 올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다가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책을 읽기가 싫어져서 선택한 방법인데 덕분에 이 책을 완독했고 동시에 책 4권을 다읽었다. 



4. 한마디라도 감상평을 쓰자

작년까지만해도 다독이 목표였기에 닥치는대로 읽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남는 게 없더라. 나는 원래 재밌게 본 영화 주인공이름도 절대 외워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려니했지만 올해부터는 한줄이라도 그 책에서 느낀 점을 써보기로했다. 내 식대로 그 책을 평가해보는 것이다. 물론 도저히 한마디도 쓸 수 없을만큼 충격적이었거나 재미없었던 책도 있었기에 한줄평 독후감을 실천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어쨌든 매우 중요한 작업인 것 같다. 이제는 그 책을 읽고 독후감까지 쓰고 나서야 진짜 그 책을 다 읽은 기분이 든달까.



5. 편식은 자제하자

대학원생이었을 때 400페이지가 넘는 책들을 한주에 한권씩 클리어하며 과제를 해서그런지 나는 완전히 책에 질려버렸다. 그마저도 제대로 읽지 못했으니까. 반대로 전공책이 세상에 있는 유일한 책인 것처럼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마치 소설이나 산문 시집을 읽는 것은 뒤떨어진 행동처럼 평가하기도 했었다.
쨌든 나는 김행숙 시인의 <새의 위치> 라는 시를 통해 글의 아름다움을 느껴 다행히 다시 책이라는 것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는데 그 열정이 과했던 나머지 작년에 읽은 시집만 무려 백권이 넘는다. 사실 시집이 워낙 가볍고 얇아서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때 당시 용기내서 인문학 책을 샀다가도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다시 시집으로 돌아가곤했다. 
물론 책이라는 게 개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만 그 즐거움을 확대하기 위한 의미에서 나는 다른 분야의 책들도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내 혀가 하나라고해서 하나의 맛만 느끼는 건 아니듯 분명 내가 먹어보지 못했을 뿐 내가 좋아할 만한 책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음식 못지 않게 그 가짓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너무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단점이겠지만 그렇다면 1번, 지인찬스가 있지 않은가.


글을 마치며 

나는 독서평론가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다. 다만 주위에 독서를 하고 싶지만 망설이고만 있는 친구들에게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기가 어색해 글로 정리해봤다. 각기 다른 종류의 책을 읽으며 나는 편협한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작가의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받아드릴 수 있는 넓은 그릇과 같은 사람임을 발견했다. 내 자랑이 뻔뻔해지는걸 보니 나는 꼰대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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