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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Uye Sep 18. 2017

"이 지독한 삶이 정말 당신의 뜻입니까?"

유다 벤허의 처절한 외침, 뮤지컬 벤허 후기


성경을 모티브로 한 미국 작가 루 월러스의 소설 <벤-허, 예수 이야기>는 한국인들에게 꽤 익숙한 작품이 아닐까싶다. 한때 명절, 공휴일이면 꼭 방영됐던 영화 벤허의 원작이기 때문이다. 영화 벤허는 1959년에 개봉했다. 꽤 오래전 작품이지만 부모님은 영화 벤허를 관람했던 영화관까지 기억하고 계셨다. 나또한 꽤 어릴때 봤지만 벤허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박진감 넘치는 전차 경주 장면을 기억할 정도니 그저 과거 한때를 추억할만한 영화로 단정짓기엔 강력하다.


줄거리

어느날 유대의 귀족 벤허는 로마의 장교가 돼 돌아온 메셀라와 재회한다. 메셀라는 벤허에게 유대의 폭동을 주도하는 이들을 소탕하는 일을 도와달라 요청하지만 벤허는 이를 거절한다.
다음 날, 벤호의 여동생이 그라투스 총독의 행군을 구경하다가 그의 머리위로 기왓장을 떨어뜨리고 만다. 메셀라는 부모를 잃은 자신을 돌봐준 벤허 가문에 반역죄를 씌우고 유다 벤허는 암살범으로 몰려 갤리 선의 노예로 끌려간다. 
3년 후 벤허는 해적을 만나 침몰하게 된 군함에서 사령관 퀸터스의 목숨을 구한다. 이로써 그는 자유의 신분을 얻고 로마의 귀족, 퀸터스의 아들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을 파멸시킨 메셀라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칼날을 간다.


명장면

뮤지컬 벤허는 전체적으로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공연이다. 배경이 서기 26년 억압된 예루살렘과 이를 끊임없이 저지하려는 로마의 관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복잡하고도 치열한 이야기이지만 뮤지컬 벤허는 영상, 무대 막, 소품 등을 활용해 당시 상황을 연출해 낸다. 이로써 관객은 벤허와 함께 그의 집, 갤리 선, 전차 경주장, 카타콤 등 다양한 공간을 오가게 된다. 
그중에서도 으뜸을 꼽으라면  실물 크기의 로보틱스 말 8마리와  전차이다. 사실 벤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전차 경주를 어떤 식으로 풀어낼까 무척 궁금했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혹자는 어설프다는 평을 내렸지만 영상과 음향 등으로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도 불구, 이를 표현해낸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준상, 박민성, 아이비 등 등장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솔까말. 유다를 연기하기에 유준상의 실제 나이가 매우 염려됐으나 때론 우직하고 때론 분노에 불타오르는 등 감정선이 큰 유다 벤허를 연기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배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물론 박은태 빠로 그의 캐스트를 보지 못한 것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전체적인 무대 매너와 연기 센스 등에서 그가 한국을 대표할만한 배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쉬웠던 건 에스더 역을 맡은 아이비의 노래이다. 가창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 잘해서 더 듣고 싶었지만 몇곡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주어진 노래 안에서 탄탄한 실력으로 에스더의 심경을 표현한 그녀의 연기에 갈채가 터져나왔다. 
박민성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비주얼과 연기 노래 모두 메셀라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고운 외모에서 나오는 탄탄한 발성에 여자 관객들은 모두 쓰러졌다는 후문. 콤플렉스에 휩싸인, 이를 극복하려 명예를 탐내는 메셀라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그의 독무대는 큰 인상을 남겼다. 자칫 잘못하면 밋밋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꽤 긴 시간이었지만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뮤지컬 벤허의 또다른 볼거리를 꼽으라면 바로 앙상블의 군무! 여러 장르의 공연을 한데모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화려하고 웅장했다. 호흡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렸을 배우들, 그리고 그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무대만 보아도 표값이 절대 아깝지 않았다. 
이밖에 안정적인 연기의 시모니테스 김성기 배우, 중간중간 무거운 극의 흐름을 밝게 환기시켜줬던 빌라도 역의 이정수 등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후기

서기 26년이라는, 지금과 매우 동떨어진 어떤 시대를 마주하며 이 분노와 아픔이 유다 벤허만의 것이 아님을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더욱 극에 집중하게 되었다. 여전히 자신의 존재에 확신할 수 없는, 살아가려 애쓸수록 부딪히는 운명들에게 뮤지컬 벤허가 말한다. 당신의 삶도 이미 용서받은 것이라고. 아니 용서를 넘은 구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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